2월의 믿음기록-이은혜작가

처음에 그림을 어떻게 그리게 되셨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그림그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앉은 자리에서 몇시간이 흘러간 줄도 모르게 그림을 그렸어요. 학창시절에도 미술이 제일 좋았고, 그러다 미대에 진학했죠.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흐름같아요. 서양화를 전공했는데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중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일러스트 쪽으로 방향이 움직여졌어요. 사실 저 스스로는 순수미술과 일러스트의 경계를 두고 있지 않아서 때마다 표현하고 싶은 감각에 충실해서 작업하려고 합니다.

작가님의 그림은 동글동글하고 귀여우면서도, 어딘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보입니다. 그림에 담고자 하는 가치나 그림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그림을 그리기 전에 제가 표현하려고 하는 가치에 대한 사유를 오래 하는 편이에요. 종이에 많은 것을 그리지 않아도 고민한 시간과 깊이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요. 지금 제가 그리는 그림들은 '흥미로운 이미지들의 조합' 그 이상의 기능을 갖게 됐어요. '삶에 지친 누군가를 위로하고 힘을 주는 일' 까지 하고 있거든요. 그건 제가 그림을 계속 그려나갈 수 있는 중요한 이유가 되기도 해요. 그림의 내용은 믿음과 사랑 같은 성경적인 가치관들을 뿌리로 두고 있어요.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감각적이면서 은유적으로 그려내려고 수많은 이미지 조합들을 생각해요. 저만의 감성으로요. 그림체가 귀엽게 보여지는 것은, 그렇게 의도한 것은 아닌데, 저의 어린 두 자녀로부터 온 사랑스런 영향력인가 봅니다. :)

책의 내용 중, 손가락을 다치셨는데 오히려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느끼셨다고 하신 문장이 기억에 남습니다. 또 일상 속에서 깨달음을 얻으셨던 때가 있다면 언제인가요?

하나님께서 우리의 모든 삶에 그분의 사랑을 숨겨놓으셨다고 믿어요. 하지만 그것을 발견하기가 쉽지않죠. 제가 하나님의 뜻을 깨닫게 되는 지점은 '믿음의 위치'에서 사건을 바라볼 때에요. 믿음에서 멀어진다면 같은 사건도 해석이 달라지더라구요. 사실 어제 하루만해도 쉽지 않은 하루를 보냈거든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많구요. 그 상황 속에서 말씀 한 구절, 아이의 한마디 말이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제 마음에 떨어져 내려요. 그러면 힘든 마음이 슬며시 미래에 대한 기대로 바뀌어요. 이렇게 작은 보폭으로 하나님을 신앙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어요.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과 이유가 있으실까요?

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 (로마서 8:38-39)
그 어떤 것도 우리에게서 하나님의 사랑을 끊을 수 없다는 고백이 너무 뭉클하고 멋있어요. 때로는 사랑의 대상인 우리 조차 하나님의 사랑을 거부하려고 할 때가 있는데, 그분의 불가항력적 사랑이 끝까지 우리를 구원하실 것이라는 사실이 감사할 뿐입니다.

작가님의 2023년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번년도를 시작하면서 저에게 주어진 단어가 '소망' 이에요. 소망이 무엇인지, 어떤 소망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 다시 한번 깊이 있게 고민해 보려고 해요. 그러다보면 새로운 글도 써지고 그림도 그려질 것 같아요. 또 다른 편으로는 재미있는 작업들을 해 나가고 싶어요. 그림, 강의, 전시, 프로젝트, 어떤 형태로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들이 계속 이어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