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백년의 지혜를 답하다
교보문고 단독 이벤트 백년의 지혜를 묻다

“인생은 무엇을 남기고 가는가?” 교보문고와 독자들이 함께 완성하는 인터뷰. 영원한 현인, 105세의 철학자 김형석. 100년에 걸쳐 쌓인 시대의 지혜를 청해 듣습니다. 댓글로 김형석 저자와 나누고 싶은 고민이나 책을 읽고 생겨난 질문을 남겨주세요. 김형석 저자가 주요 질문을 읽고 답변을 해 드립니다. * 선별된 주요 질문에 대해 답변이 6월 내 업데이트 되며 누구나 볼 수 있게 게시될 예정입니다.
김형석, 백년의 지혜 인터뷰 전문 보기
독자의 질문 Q1. 작가님의 《인생의 열매들》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궁금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간혹 작가님께서 글이 안 써지는 날에는 보통 어떤 곳에 가시고, 어떤 종류의 생각을 하시며 마음을 다스리시는지 혹은 머리를 식히시는 방법이 따로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작가의 답변
저는 보통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메모를 해두고, 오전 오후에 한 시간 정도씩, 또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저녁에 한 시간쯤 자연스럽게 글 쓰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메모를 보고 어떤 글을 쓰면 좋을지 생각하니까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보다는 ‘여러 가지 생각 가운데 어느 것을 쓰는가’의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글을 쓰다가 ‘어떤 방향으로 연장할까’ 혹은 ‘어떤 결론을 얻을까’와 같은 생각에 이르면 근처에 있는 야산에 오르곤 합니다. 30분 정도 산을 올랐다가 내려오는 동안에 방향, 줄거리, 결론 등을 구상합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

독자의 질문 Q2.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잘 사는 것일까요? 돈도 필요하고 친구도 있어야 하고 가족과도 화목하게 행복을 느끼며 살아야겠는데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있을까요?
작가의 답변 … 그러니까 잘 사는 길을 일률적으로 얘기하기보다는 나를 위해서 즐겁게 사는 사람은 3분의 1 정도 잘 사는 거고, 즐겁게 일하고 일의 가치를 찾아 사는 사람은 3분의 2까지 잘 사는 거고, 무엇인가 사회에 보람을 주고 남기는 사람은 3만큼 잘 사는 것입니다. 잘 사는 것은 하나로 국한되는 게 아니고,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이러한 것들을 쌓아가고 있는지에서 해답을 찾아야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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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질문 Q3. 교수님, 저는 지체장애인입니다.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논리적으로는 이해하지만 사회에 적응해가면서 현명한 판단이 안 되는 혼란스러운 마음에 버거울 때가 있습니다.
작가의 답변 김선태 목사님이라고 계세요. 그분은 6.25 전쟁 때 고아가 됐고 수류탄에 실명해서 앞을 보지 못하게 됐어요. … 목사님은 앞을 못 볼 뿐이지 항상 명랑했어요.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줬고요. 목사님이 다른 사람들한테 하는 말을 들어보니 ‘나는 밑바닥보다 더 낮은 데서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누구 못지않은 더 자랑스러운 곳까지 와서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니 절망은 잘못이고, 나는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저 노력을 안 한 것뿐이다. 나는 인생의 폭을 낮은 데서 높은 데까지 경험했으니 다른 사람이 모르는 행복을 더 많이 가지고 살았다’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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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질문 Q4. 지난 105년 삶의 지혜로 저희를 이끌어 주신 것과 더불어, 혹시 선생님의 죽음에 대한 관점은 어떠신지요. 연세에 따라 그 관점이 변화가 있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작가의 답변 질문자분이 물어보시는 ‘죽음이 무엇이냐’라는 문제는 자살이나 질병, 누구나 겪는 고통에 의한 죽음이라기보다 모든 사람이 자연히 때가 되어 죽을 때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문제 같아요. 저에게 죽음은 인생을 완성하는 정점이다, 그렇게 봐요. 잘할 수 있는 대로 다 잘하고 일할 수 있는 대로 다 일하고, 공부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이제 내 인생은 마무리가 되고 종착됩니다. 마라톤 경기를 하는 사람이 자기에게 주어진 코스를 다 달리는 것은 축복이다. 난 그렇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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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질문 Q5. 어떤 사람은 철학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돈 버는 것에 집중하라고 책에 썼고 그 책이 정말 많이 팔렸습니다. 전 그 내용을 읽고 그 책을 바로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그런 사람들을 상대할 때는 그냥 무시하는 것만이 답일까요?
작가의 답변 철학은 사람 누구나 가져야 하는 것이죠. 누가 대통령이 됐다고 하면 대통령의 철학은 무엇인가 묻듯이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고 살아왔고 정치하려는가, 그것이 그분의 철학인 셈이죠. 철학은 무슨 특별하거나 이상한 게 아니고요. 그저 쉽게 살면 인생에 대한 가치관이에요. 인생은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목표와 방법, 거기에 어떤 공통된 생각 가치가 있는가, 그것을 찾아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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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질문 Q6. 안녕하세요, 교수님. 저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척 만족스럽지만, 세상의 변화가 너무 빠르다 보니 이 직업에 계속 머무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미래를 구상할 때 어떤 것에 기준과 가치를 두면 좋을지, 지혜를 빌리고 싶습니다.
작가의 답변 질문하는 분이 보통 사람들처럼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통해 사회에 나왔을 것 같아요. 우리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예를 들어 말하자면 저는 종종 교육이 잘못돼 있다고 말합니다. 교육이 올바르다면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됐을 거예요. … 만약 다른 데로 가고 싶다면 그 방향이 내 길이라는 확신이 있으면 괜찮아요. 나이 60이나 70이 되어서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사회 속에서 살 수 있을까, 그런 자화상을 한번 그려보세요. 그것이 그려진다면 늦었다, 앞섰다, 밀려날까, 아닐까의 문제가 아니라 주어진 길에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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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질문 Q7. 번아웃인지, 회의감인지,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을 만큼 무기력하고 힘이 나지 않을 때는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요? 교수님께서도 혹시 그런 순간이 있으셨는지, 그럴 땐 어떻게 이겨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작가의 답변 저도 나이가 많으니 너무 많이 무언가를 하면 쉽게 무리가 와요. 이 역시 습관을 바꿔야 해요.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근면해집니다. 우선 목적을 바꿔야겠죠. 그다음에 목적을 위해 근면하게 살고요. 근면하게 되면 습관이 바뀌고 생활이 바뀝니다. 그럼 성격도 바뀌는 거죠. 성격이 바뀌는 것은 완전히 무엇을 없애고 다른 것을 넣는 개념이 아니에요. 같은 나무가 잘 자라서 열매를 맺게 해주듯이 올바른 생각, 올바른 행위에 올바른 습관을 들이면 내가 행복해지고 그 나무의 열매가 맺듯 행복을 느끼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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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질문 Q8. 잘못된 길임을 알지만 용기와 자신이 없어서 남들과 같이 꾸역꾸역 따라가는 삶을 사는 보통의 사람이 무엇을 추구하면서 살면 행복할 수 있을까요?
작가의 답변 사람도 나보다 훌륭한 사람, 나보다 운동을 잘하는 사람을 봐야 내가 운동하게 되고, 나보다 공부 잘하는 사람한테 자극을 받아야 나도 그쪽으로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제일 필요한 것은 환경과 동료들 사이에서 경쟁의식을 가지는 것. 남을 해치는 경쟁이 아니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사람이 이기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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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질문 Q9. 어떻게 하면 길고양이나 거리의 동물들을 사랑하게 할 수 있을까요? 저는 고양이를 참 좋아합니다. 얼마 전 튀르키예 이스탄불을 여행하면서 도시민들이 길고양이를 사랑하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동물 학대 뉴스가 나와 마음이 아팠습니다. 길고양이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또, 사람들이 동물과 교감하고, 좋아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작가의 답변 불가에서는 인간과 동물이 차이가 없다고 보거든요. 모든 생명이 있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런 말이 생각나는데, 그게 진심이에요. 저도 강아지를 좀 키웠는데 죽고 난 다음에 얼마 동안은 마음이 아프고 그러더라고요. … 한 달 뒤에 꿈을 꿨는데 그놈이 우리 뜰 안에 왔어요. 여기 와 있었구나, 그랬더니 나 좀 안아달라고, 안겨보고 싶어서 왔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리고 눈을 감아요. 저는 그런 감정들의 움직임 자체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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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질문 Q10. 나이가 들어갈수록 인간관계의 중요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계속 유지해야 하는 관계와 정리해야 하는 관계의 기준이 모호한데요, 교수님께서는 그 기준을 무엇으로 삼으셨을까요?
작가의 답변 남을 위해서 사는 법을 배우면 이 문제도 다 없어질 거예요. 인간이 지혜로워진다, 철든다, 인간답게 산다, 하는 건 내 친구들을 위해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는 크게 문제가 없어요. 그 생각을 가진 사람은 교수가 되면 제자들을 사랑하게 되고, 후배들을 위해 베풀고, 나라를 사랑하게 되면 내가 나를 희생시켜라도 대한민국은 행복해져야지, 어려움이 오더라도 우리 국민은 행복해져야지. 거기까지 가면 인간관계 문제는 다 없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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