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번역, 새로운 그림으로 만나는 소설 《어린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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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의 저자(1900~1944)는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난 소설가이자 비행사이다. 자신의 체험을 토대로 항공 소설을 개척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행동하는 인간의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그렸다. 《비행사》(1922), 《남방 우편기》(1927), 《야간비행》(1931), 《인간의 대지》(1939), 《전시 조종사》(1941), 《어린 왕자》(1943), 유작 《성채》(1948) 등을 남겼다.
화가, 번역가, 삽화가, 동화 작가. 성지로 불리는 곳들과 인파로 붐비는 시장통을 두루 여행했고, 세계의 지붕이라 일컫는 곳을 올랐다. 한국과 프랑스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다. 《작고 아름다운 니체의 철학수업》 《작고 아름다운 아인슈타인의 철학수업》 등 철학을 쉬운 언어로 풀어낸 어린이·청소년 도서를 다수 집필했으며, 그림책 《사다리_크리스마스의 기적》 《라무에게 물어봐》 《걱정 많은 새》를 썼다. 《두 갈래 길》 《꾸뻬씨의 행복 여행》 《북극 허풍담》 외 여러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2020년 눈높이 아동문학상 그림책 대상, 2004년 정헌 메세나 청년 작가상을 수상했다.
목차
- 레옹 베르트에게
본문 1~27
옮긴이의 말 | 겨울에서 봄에게로
부록│《어린 왕자》 속 소중한 말들 필사
책 속으로
1.
“모자가 왜 무섭니?”
어른들은 늘 설명이 필요합니다.
2.
정비사도, 승객도 곁에 없었기에 나는 비행기 수리라는 어려운 일을 혼자서 해야만 했습니다.
크나큰 신비에 맞닥뜨리면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법입니다.
“보아뱀은 너무 위험하고, 코끼리는 너무 거추장스러워.”
“이건 상자야. 네가 원하는 양은 이 안에 있어.”
3.
“그러니까 아저씨도 하늘에서 왔구나! 어느 행성에서 왔어?”
“아저씨가 상자까지 줘서 다행이야. 밤에는 양에게 집이 될 수 있겠어.”
4.
“어린 왕자가 실재했다는 증거는, 그가 사랑스러웠고, 웃었으며, 양 한 마리를 원했다는 거예요. 양을 원한다는 건 존재한다는 증거거든요.”
그렇다고 어른들을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어린이는 어른들에게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친구를 잊는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모든 사람이 친구를 갖지도 않습니다.
그러다 결국은 훨씬 중요한 부분에서 잘못을 저지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도 너그럽게 이해해주기를 바랍니다.
5.
“바오바브나무도 커다랗게 자라기 전에는 작은 나무였어.”
무나 장미의 싹이라면 마음대로 자라게 두어도 됩니다. 하지만 나쁜 식물의 씨앗이라면 발견하는 즉시 뽑아내야 합니다.
“아침에 세수하고 나면, 행성도 정성껏 보살펴 주어야 해. 바오바브나무도 아주 어렸을 때는 장미와 비슷하지만, 조금 자라서 장미와 분간할 수 있게 되면 정기적으로 뽑아줘야 해. 그건 귀찮은 일이지만, 어렵지 않아.”
때로는 할 일을 뒤로 미뤄도 되지만, 바오바브나무의 경우에는 항상 재앙이야.
6.
“하루는 해지는 걸 마흔세 번이나 보았어!”
7.
“아저씨가 상자까지 줘서 다행이야. 밤에는 양한테 집이 될 수 있을 테니까.”
“꽃들은 연약해. 순진해. 그래도 자기를 지키려고 최선을 다해. 가시가 있어서 무서워 보인다고 생각해….”
“꽃들은 수백만 년 전부터 가시를 만들어 왔어. 양들이 꽃을 먹는 것도 수백만 년째야. 그런데 왜 꽃들이 아무 쓸모도 없는 가시를 만드느라 그렇게 고생하는지 알아보려는 게 중요한 일이 아니야?”
“만약 누군가가 수많은 별 가운데 하나의 별에 핀 꽃을 사랑한다면, 그는 별만 바라봐도 행복해질 거야. ‘내 꽃이 저기 어딘가에 있겠구나….’ 생각하면서.
8.
그렇게 해서 어린 왕자는 꽃을 사랑하려 애썼지만, 믿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말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매우 불행해졌습니다.
“그때 나는 아무것도 몰랐어! 말이 아닌 행동으로 꽃을 판단했어야 했어. 꽃은 나를 향기롭게 해 주고 환하게 해주었어. 나는 도망쳐 나오지 말았어야 했어! 어설픈 거짓말 뒤에 다정한 마음이 있다는 걸 눈치챘어야 했어. 꽃들은 겉과 속이 너무 달라! 하지만 나는 너무 어려서 꽃을 사랑할 줄 몰랐어.”
9.
청소만 잘해주면 화산은 폭발하지 않고 조용히, 규칙적으로 타오릅니다.
“나비를 알려면 애벌레 두세 마리쯤은 견뎌야 해.”
10.
“내가 만약 한 장군에게 바닷새로 변하라 명했는데 그가 따르지 않는다면, 그것은 장군의 잘못이 아니다. 나의 잘못이다.”
“권위는 다른 무엇보다도 도리에 맞아야 한다. 만약 그대가 그대의 백성들에게 바다에 뛰어들라고 명한다면, 그들은 혁명을 일으킬 것이다. 짐이 복종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짐의 명령이 도리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그대 자신을 심판하도록 하라. 그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남을 심판하기보다 자신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일이 훨씬 어려운 법이다. 그대가 진정 지혜로운 자라면, 그대는 그대 자신을 훌륭히 심판할 수 있을 것이다.”
“저는 어디서든 저를 심판할 수 있어요. 굳이 여기 있을 필요가 없어요.”
11.
허영을 부리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 모두가 찬미자인 까닭입니다.
허영을 부리는 사람들은 오직 칭찬에만 귀를 기울입니다.
13.
“내게 목도리가 있으면, 나는 그걸 목에 두르고 다닐 수 있어요. 꽃 한 송이가 있으면, 그걸 따갈 수 있고요. 하지만 아저씨는 별을 딸 수 없어요!”
“나는 꽃을 하나 가졌는데 날마다 물을 줘요. 화산도 세 개 있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청소하고요. 불 꺼진 화산도 똑같이 청소해요. 나중 일은 모르니까요. 내가 그것들을 가진 건, 화산과 꽃에 도움이 돼요. 하지만 아저씨가 별을 가진 건, 별들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아요….”
14.
어쩌면 이 아저씨도 터무니없는 사람일 거야. 그래도 왕이나 허영심 많은 사람, 사업가, 술꾼보다는 덜 이상해. 적어도 그가 하는 일에는 의미가 있어. 그가 가로등을 켜면 별 하나가, 꽃 하나가 더 태어나. 가로등을 끄면, 꽃과 별이 잠들지. 그건 참 아름다운 일이야. 아름답기에 진짜 쓸모가 있어.’
사람은 충실하면서도 동시에 게으를 수 있는 법입니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 우스꽝스럽지 않은 사람은 이 아저씨뿐이야. 그건 아마도 그가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것들을 돌보기 때문이겠지.’
15.
“덧없다는 건, ‘머지않아 사라질 위험이 있다’라는 뜻이란다.”
16.
지구는 평범한 행성이 아니었습니다!
17.
재주를 부리려다 보면, 약간의 거짓말을 하는 수가 있습니다.
지구에서 사람이 차지하는 공간은 매우 작습니다. 20억의 주민이 집회에서처럼 거리를 좁혀 선다면, 길이 20마일에 너비 20마일의 광장 안에 충분히 들어설 수 있습니다. 태평양의 가장 작은 섬에 인류 전체를 쌓아놓을 수도 있습니다.
“언젠가는 모두가 각자 자기 별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별들이 반짝이는 게 아닌가 해.”
“사람들이 사는 곳도 쓸쓸하긴 마찬가지야.”
뱀이 말했습니다.
18.
“사람들? 예닐곱 명쯤 있긴 해. 몇 년 전에 봤어. 하지만 어디로 가야 만날 수 있는지는 몰라. 바람이 그들을 데려가거든. 그들은 뿌리가 없어. 그래서 많은 불편을 겪지.”
19.
‘내 행성에는 꽃 한 송이가 있었지. 그 꽃은 언제나 먼저 내게 말을 걸어 주었어….’
20.
길은 모두 사람들이 사는 곳을 향해 있었습니다.
21.
“내 비밀은 이거야. 아주 간단해,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여.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네가 너의 장미를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너의 시간을 썼기 때문이야.”
“하지만 너는 그걸 잊으면 안 돼.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을 져야 해. 너에게는 네 장미에 대한 책임이 있어….”
22.
“사람은 자기가 있는 곳에 절대로 만족하지 못해.”
“아이들은 누더기 인형 하나에도 시간을 쏟아요. 인형이 몹시 소중해지는 건 그래서예요. 인형을 빼앗으면 우는 것도 그래서예요….”
23.
그는 갈증을 달래줄 묘약을 팔고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알만 먹으면 목마름이 사라지는 영약이었습니다.
‘내게 만약 써야 할 53분이 있다면, ‘샘물을 향해 천천히 걸어갈 텐데….’
24.
“죽더라도, 친구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야. 나는 여우를 친구로 둔 게 참 기뻐….”
“별들이 아름다운 건 눈에 보이지는 않는 꽃 때문이야….”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내 집도 그 안 깊숙이 비밀을 감추고 있었던 것입니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건 껍데기에 불과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등불은 잘 지켜야 합니다. 한 줌의 바람에도 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25.
그는 눈을 감고 물을 마셨습니다. 물은 축제처럼 달콤했습니다. 여느 음식과 전혀 달랐습니다. 별빛 아래를 걸음과 도르래의 노래, 내 두 팔의 수고에서 탄생한 것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마음에도 선물처럼 좋았습니다. 내가 어린 소년이었을 때에도 크리스마스트리의 불빛과 자정 미사 음악, 사람들의 다정한 미소가 내가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더욱 빛나게 했었습니다.
동틀 무렵의 모래는 벌꿀색입니다. 나는 꿀 빛 모래에도 행복을 느꼈습니다. 그런데도 왜 마음이 아파야만 했을까요….
그는 질문에 대답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얼굴을 붉힌다는 것은 ‘그렇다’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울게 될 위험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26.
“꽃도 그래. 아저씨가 별에 핀 꽃을 사랑하게 되면, 밤에 하늘을 바라만 봐도 마음이 따뜻해질 거야. 모든 별에 꽃이 있을 테니까.”
“사람에게는 저마다 다른 별이 있어. 여행자에게 별은 안내자야. 하지만 그 밖의 사람들에게는 그저 작은 불빛일 뿐이야.”
“슬픔이 가라앉으면(슬픔은 언제고 가라앉아) 아저씨는 나를 알게 된 게 기뻐질 거야.”
“내 몸은 버려진 낡은 허물 같을 거야. 낡은 허물을 벗는 건 슬픈 일이 아니야….”
“자… 이게 다야….”
27.
그것은 참으로 크나큰 수수께끼입니다. 어린 왕자를 사랑하는 여러분에게도, 나에게도, 알 수 없는 우주 어딘가에서 우리가 모르는 양이 장미를 먹었는지 아닌지에 따라, 온 우주가 다르게 보인다는 것은요.
출판사 서평
이 책만의 차별점
▶ 번역과 삽화, 모두 한 사람의 손에서
시중의 《어린 왕자》 번역서 대부분은 원화를 그대로 싣거나, 완전한 창작 형식으로 새로 그리거나, 삽화 없이 텍스트만 옮긴다. 이 책은 다르다. 지연리는 생텍쥐페리가 그린 인물과 삽화의 특징을 그대로 가져오되, 자신만의 색을 입히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원작에 대한 존중과 화가로서의 고유한 시선을 동시에 담아냈다.
▶ 원문의 리듬을 살린 번역
옮긴이는 생텍쥐페리의 문장을 최대한 원문에 가깝게 옮기되, 가독성을 위해 행갈이를 하고 경어체를 택했다. 처음 이 책을 만나는 독자-어른이든 어린이든-가 더 다정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 선택이다. (같은 번역을 원문의 호흡 그대로, 행갈이 없이 평서체로 옮긴 버전은 에세이 《어린 왕자 나의 사랑》 부록에 실린다. 한 번역이 두 가지 다른 리듬으로 독자를 찾아가는 셈이다.)
▶ 필사 부록 수록
본문 뒤에는 《어린 왕자》 속 문장을 손으로 옮겨 적을 수 있는 필사 노트를 더했다. 읽고 지나치는 책이 아니라, 문장 하나하나를 손끝으로 다시 새기며 오래 곁에 두는 책이 되기를 바란 구성이다.
왜 다시, 이 번역인가?
옮긴이는 이 작업을 자신의 개 ‘아자’와의 이별 이후, 다시 사랑을 말하기까지 걸린 시간과 함께 술회한다. 옮긴이의 말 〈겨울에서 봄에게로〉에서 그는 이렇게 적었다.
“두 해 전, 《어린 왕자》를 번역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거절했습니다. 다시 사랑을 말하기가 어려웠고, 어릴 적 읽고 좋아하게 된 이 명작을 혹시 잘못 옮길까 두렵기도 했습니다.”
상실을 통과한 사람만이 옮길 수 있는 문장들이 있다. 이 번역은 ‘길들인다는 것’과 ‘떠나보낸다는 것’을 삶으로 통과해 온 이가, 그 경험을 원작의 문장 하나하나에 되비추며 완성한 결과물이다.
▶ 이런 독자에게 권합니다
ㆍ 《어린 왕자》를 유년의 기억으로만 간직하고 있는 어른 독자.
ㆍ 원작과 나란히, 옮긴이·삽화가의 시선까지 함께 읽고 싶은 독자.
ㆍ 소장 가치가 있는 판본, 손으로 필사하며 천천히 읽을 책을 찾는 독자.
ㆍ 에세이 《어린 왕자 나의 사랑》과 함께 원작·해석을 오가며 읽고 싶은 독자.
▶ 함께 출간되는 책
지연리 작가의 신작《어린 왕자 나의 사랑》 은 소설 《어린 왕자》 27개 장에 맞춘 철학 에세이.
지연리가 27개 장 각각을 하나의 철학적 질문으로 다시 읽어낸 크로스오버 에세이다. 융, 플라톤, 니체, 아렌트, 시몬 베유, 릴케, 톨스토이, 아타르, 선(禪)의 화두에 이르는 사유를 세계 곳곳을 떠돈 실제 여행의 기억과 엮었다. 부록으로 《어린 왕자》 완역(평서체 버전)을 함께 실어, 이번 소설 단행본과 짝을 이룬다. 소설 《어린 왕자》와 함께 읽으면 그 재미와 유익함이 2배가 될 것이다. 또 27개 장마다 새롭고 아름다운 지연리 작가만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안겨준다.
왜 다시, 《어린 왕자》인가?
《어린 왕자》는 60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어 2억 부 이상 팔린,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읽힌 이야기 중 하나다. 화가이자 번역가, 삽화가로 활동해온 저자 지연리가 에세이 《어린 왕자 나의 사랑》을 펴내며, 소설 《어린 왕자》를 직접 완역하고 그림까지 새로 그린 책이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 어린 왕자》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는 〈옮긴의 말〉에 잘 나타나 있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는 ‘어른을 위한 동화’로 출간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랑받는 작품 중의 하나일 것이다!
생텍쥐페리가 쓴 《어린 왕자》의 문장을 거의 그대로 옮기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행갈이한 것입니다. 어투도 경어체를 택해서 훨씬 다정하게 읽힐 것입니다. 그렇기에 《어린 왕자》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적합합니다. 그것이 어른이든, 어린이든요.
생텍쥐페리는 1900년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났습니다. 귀족 가문 출신으로 어린 시절을 앵 지방의 생 모리스 드 레망 성과 바르 지방의 라 몰 성에서 보냈습니다. 그가 네 살 되던 해, 아버지를 뇌졸중으로 여의었지만, 그는 그 두 성을 번갈아 오가며 어머니의 보살핌 속에서 따뜻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대표작 《야간비행》, 《인간의 대지》에는 다른 어떤 작품보다 자전적인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린 왕자》에 서도 엿볼 수 있듯, 비행기 조종사로서의 삶이 그것입니다.
그가 처음 하늘을 날게 된 것은 열두 살 즈음으로, 집에서 가까운 비행장에 매일 자전거를 타고 가 비행기 작동에 관해 이것저것 묻던 때였습니다. 여름방학 중이었고, 그는 그날도 비행장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한 조종사의 배려로 70마력 단발기를 타고 ‘창공의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후 그는 친족들의 바람에 따라 해군사관학교에 들어가려고 시험을 쳤지만 낙방하고, 파리 미술대학 건축과에 청강생으로 등록했습니다. 하지만 책에도 나오듯이, 그는 예술가가 되겠다는 꿈을 접고 1921년 군대에 징집되어 스트라스부르의 비행 연대에 배속되었습니다. 다만 이때는 비행이 아닌 지상 근무였습니다. 이후 스스로 비행 훈련을 거듭해 민간 조종사 면허를 얻고, 마침내 부르제의 비행 연대로 옮겨갔습니다.
그러나 1923년 비행기 사고로 중상을 입고 제대해, 타일 제조 회사를 거쳐 자동차 회사에서 영업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그가 일 년 반동안 판 트럭의 수가 단 한 대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영업 사원으로는 큰 재능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누군가 어떤 일에 큰 재능을 보이지 않는다면 안심해도 좋습니다. 아직 찾지 못했을 뿐,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날이 언젠가는 올 테니까요.
스물여섯 살, 그는 방황기를 지나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회사원의 삶을 접고, 마침내 본격적으로 하늘을 날기 시작한 것입니다. 회사원을 포기하고 드디어 본격적으로 하늘을 날게 된 것입니다.
생텍쥐페리는 자기 일을 사랑했습니다. 유람 비행이든, 우편 비행이든, 정찰 비행이든 하늘은 그에게 많은 것을 내주었습니다. 물론 그중에는 목숨을 잃을 뻔한 위험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삶이란 그런 것입니다. 늘 좋지만은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삶을 아름답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 안에 반짝 이는 보석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린 왕자는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그렇기에 우리는 또 안심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이 뜨거운 태양과 발밑에서 부서지는 모래언덕뿐이라도, 천 개의 방울 소리로 웃는 우물물로 언젠가는 목을 축이게 될 테니까요.
고독도 그렇습니다.
사실 생텍쥐페리는 매우 고독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삼면이 사막에 둘러싸인 쥐비 곶에서 비행장 책임자로 일할 때가 그랬습니다. 이때 그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귀가 긴 페넥 여우를 길렀습니다. 소설 속 어린 왕자처럼 그 자신도 여우를 길들이고, 여우에게 길들여진 날들이었지요.
그러나 그 고독 또한 지나갔습니다. 1930년, 한 사교 모임에서 엘살바도르 출신의 콘수엘로 순신을 만나 첫눈에 반했던 것입니다. 작가이자 화가인 콘수엘로는 훗날 어린 왕자가 자신의 행성에 두고 온 ‘꽃’이 됩니다.
두 사람은 집안의 반대를 물리치고 결혼했습니다(콘수엘로는 한 번의 사별과 한 번의 이혼을 경험했는데, 생텍쥐페리의 어머니를 제외하고는 집안 모두가 결혼에 반대했습니다) . 그러나 성격 차이로 쉽지만은 않은 부부생활을 이어갔습니다. 물론 처음부터는 아닙니 다. 결혼 후 삼 년 정도가 지난 다음이니까요. 이쯤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시선을 우리 자신에게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지금 좋아하는 사람과 불화를 겪고 있다면, 그것이 혼자만의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금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이전에는 매우 좋은 관계였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삼십 대의 생텍쥐페리는 결혼 생활뿐만 아니라 조종사로 서도 위기에 빠졌습니다. 몸담고 있던 항공사의 재정 문제와 내분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항공기의 성능을 시험하는 테스트 파일럿으로 일했고, 프리랜서로 시찰 비행도 했습니다. 특파원으로 기사를 쓰기도 하고, 강연 여행도 다녔습니다. 그러다 1935년에는 장거리 비행 기록에 도전했다가 리비아 사막에 불시착해 목숨을 잃을 뻔했지만, 기적적으로 구조되었습니다. 《인간의 대지》는 이때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어린 왕자》는 ‘크리스마스를 위한 동화’를 써보라는 제안을 받아 집필한 작품
1939년은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해입니다. 생텍쥐페리는 예비역 대위로 소집되어 정찰 비행대에 편입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듬해 6월, 독일군의 침공을 받고 프랑스가 항복하자 소집이 해제되어 그는 다시 마르세유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던 중 이미 출간되어 있던 《인간의 대지》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출판사의 초청으로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이후 《인간의 대지》는 전미도서상을 받아 작가로서의 그의 입지가 한층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생활이 영광만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미국 내의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정치적인 문제로 다툼이 일어난 까닭입니다. 그 일로 그는 잠시 고립을 겪었습니다.
《어린 왕자》는 그가 한동안 미국을 떠나 캐나다에 갔다가 질병에 걸려 고생하고 돌아온 다음, 그의 책을 출판한 출판 업자의 아내로부터 ‘크리스마스를 위한 동화’를 써보라는 제안을 받아 집필한 작품입니다.
글과 삽화가 모두 마무리된 것은 1942년 말이었고, 이듬해 4월에 뉴욕에서 영어와 프랑스어로 동시에 출간되었습니다. 그의 조국 프랑스에서는 출판 금지로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가 훗날 프랑스가 해방되며 1946년 4월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생텍쥐페리는 1944년 7월 정찰 비행 중 실종되어 끝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말재주를 부리려다 보면 실수하는 때가 있습니다. 나는 《어린 왕자》 속 ‘나’처럼 훈계조의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사실 전달만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어른이란 늘 이렇습니다. 나도 늙었나 봅니다.
그래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기를 바랍니다. 내가 생텍쥐페리라는 한 인물의 생을 옮기면서 중간중간 사족 같은 의견을 낸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배울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책도 그렇습니다.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그 사람이 쓴 글을 읽는다는 것은, 지금의 나에게서 한 걸음 떨어져 삶이라는 드넓은 세계를 한눈에 조망하는 매우 드문 기회를 얻는 일입니다.
《어린 왕자》는 출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번역된 언어만 해도 600개가 넘습니다.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물론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 주지는 않습니다. 인생을 이해하는 여러분에게는 큰 감흥을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린 왕자》는 어른을 위한 동화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른은 숫자를 좋아합니다. 어쩌면 불필요했을 나의 이 긴 ‘말’도 그렇습니다. 어른들은 늘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또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세상의 모든 어른도 처음에는 어린이였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지만요. 믿기지 않는다면 바오바브나무를 떠올려보길 바랍니다. 바오바브나무도 커다랗게 자라기 전에는 작은 나무였습니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내 비밀은 이거야. 아주 간단해.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여.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기본정보
| ISBN | 9791171740833 |
|---|---|
| 쪽수 | 준비중 |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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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어린 왕자
- 소설 어린 왕자
- 어린 왕자 브로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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