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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의 전부이자 지옥이었다

고래, 난파, 그리고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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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태평양 한가운데, 굶어 죽어가던 부부가 다투었다. 커리에 곁들일 음료 때문이었다. 남편은 와인이 어울린다고 했다. 아내는 물이어야 한다고 했다. 향신료 때문에 와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는 이유였다. 두 사람 앞에 놓인 것은 빗물 한 컵과 날생선뿐이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언젠가 돌아가서 지을 새 배의 만찬 메뉴를 짜는 중이었다. 폭이 1.5미터도 되지 않는 고무보트 위에서. 두 달 전인 1973년 3월 4일 새벽, 태평양 한가운데서 죽어가는 향유고래 한 마리가 두 사람의 요트를 들이받았다. 사십 분 뒤 배는 가라앉기 시작했다. 무전기도, 엔진도, 낚시 도구도 없었다. 남은 것은 고무 구명정과 딩기 보트, 통조림 서른세 개, 그리고 서로뿐이었다. 그때부터 117일의 표류가 시작됐다. 두 사람은 항로에서 1,450킬로미터를 떠내려갔다. 안전핀을 구부려 낚싯바늘을 만들고, 맨손으로 거북과 바닷새와 상어를 잡았다. 신호탄은 불발됐고, 일곱 척의 배가 눈앞을 지나갔지만 아무도 그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그들이 살아남았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서로의 최악을 보고도 끝내 같은 뗏목에 남아 있었던, 두 사람의 결혼이다. 118일간의 표류 끝에 남은 것은 생존 기록이 아니라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어떻게 살아 있게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작가정보

저자(글) 소피 엘름허스트

Sophie Elmhirst
영국의 저널리스트. 《가디언》 롱리드와 《이코노미스트》의 1843에 글을 쓰고 《젠틀우먼》과 《하퍼스 바자》의 컨트리뷰팅 에디터로 일한다. 《뉴욕타임스 매거진》과 《뉴요커》에도 기고한다. 2020년 영국 언론상 '올해의 피처 작가'와 해외언론상을 수상했고, 오웰상 후보에 올랐다.
인간의 탈출 충동에 관한 기사를 취재하던 중 1973년의 이 부부를 발견했다. 이 책은 그의 첫 책이다. 데뷔작 한 권으로 영국 네로 북 어워드 논픽션상과 골드 프라이즈 '올해의 책' 대상을 동시에 수상했고,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듬해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버락 오바마의 올해의 책과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 10선, 커커스상 최종 후보에 선정됐다.
런던에 산다.

번역 이주현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번역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영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잃어버린 도시의 수호자 7: 사라지지 않는 기억(상/하)》,《잃어버린 도시의 수호자 6: 나이트폴(상/하)》,《개의 뇌과학》,《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 《세계 문화 여행: 사우디아라비아》,《오케스트라가 궁금해: 오케스트라에 관한 모든 것》,《반려견 행동교정사의 고민상담 대백과: 10만 반려견과 반려인의 삶을 바꾼 솔루션》,《부는 어디에서 오는가: 100년 동안 단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덜 소유하고 더 사랑하라》,《뇌 속 코끼리: 우리가 스스로를 속이는 이유》등이 있다.

목차

  • 목차
    I
    II
    III
    iv
    v
    에필로그
    저자의 말
    감사의 말

    어머니를 위해
    그리고 아버지를 기억하며

추천사

책 속으로

사랑이 성립된다는 것은 섬뜩할 만큼 우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선택하고, 동시에 그 사람에게도 선택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그 두 마음이 거의 같은 시기에 맞닿아야 한다. _ 27쪽

작별은 언제나 모든 것을 분명하게 만든다. 배를 타고 떠날 때는 더욱 그렇다. 조금 전까지는 밧줄 하나가 육지와 자신을 이어 주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마저 풀렸다. (…) 이주는 두 가지 힘을 동시에 품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기대와 뒤에 남겨 두는 것들로부터의 해방. _ 56쪽

마릴린은 건져 낸 물건들을 구명정 가장자리에 묶어 두었다. 망설여질 때는 움직인다. 언제나 할 일은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작고 불안정한 공간이라 해도, 모든 배와 모든 집에는 나름의 질서가 필요했다. _ 87쪽

밤이 되어도 폭풍의 기세는 여전했고, 그들은 잠들 수 없었다. 간신히, 정말 간신히 살아있었다. 마릴린은 구명정이 뒤집히면 어떻게 될지 모리스에게 물었다. 스스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터라고 그는 생각했다. 자신도 만족스러운 답을 내놓을 수 없고, 애초에 만족스러운 답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질문이었다. _129쪽

마릴린은 두 가지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살아남도록 정해져 있거나, 아니면 스스로 살아남을 방법을 찾을 것이다. 이 논리에는 실패할 여지가 없었다. (…)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을 믿는 것, 아무리 희박하더라도 그것을 붙드는 일 자체가 생존의 조건이었다. _ 140쪽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은 극한의 인내력이 아니라 항복하지 않는 마음에 가깝다. 할 일이 사라지자 모리스는 무너져갔다. 살아남으리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고,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데 서툰 사람이었다. _ 152쪽

바람이 잦아들자 바다도 차츰 숨을 골랐다. 모두가 폭풍 전의 고요를 두려워하지만, 폭풍 후의 고요 역시 그에 못지않게 위협적이다. 폭력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여진처럼 돌풍이 계속되었다. _164쪽

어디엔가, 아주 깊은 곳에서, 말로는 꺼내지 않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결국 우리 모두에게는 표류의 시간이 찾아온다는 것을. 바다 위에서 길을 잃는 것만이 표류는 아니다. 삶에서도 때때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순간을 만난다. 그때 곁에 있는 사람과 함께 버텨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_291쪽

어디엔가, 아주 깊은 곳에서, 말로는 꺼내지 않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결국 우리 모두에게는 표류의 시간이 찾아온다는 것을. 사실 결혼이란 무엇인가. 좁은 뗏목 위에 누군가와 함께 갇혀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_291쪽

나는 통용되는 진리를 경계하는 편이지만 모든 인간에게는 사랑하고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 나로서는 마릴린의 삶을 기록하는 일이 서서히 희미해져 가는 이 믿음을 붙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런 확실함은 그에게 드물게 찾아왔다. 한 사람의 존재를 가늠할 방법은 분명히 존재했다. 얼마나 사랑했고, 얼마나 사랑받았는가. 그 기준으로 봤을 때, 그의 삶은 승리였다. _ 340쪽

출판사 서평

★★★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 2024 네로 북 어워드 골드 프라이즈 ‘올해의 책’ 대상
★★★ 버락 오바마가 꼽은 2025년 최고의 책
★★★ 〈뉴욕 타임스〉 2025 올해의 책 10선
★★★ 〈타임〉·〈뉴요커〉·〈보그〉·〈가디언〉·〈이코노미스트〉 올해의 책

오바마·뉴욕타임스·네로상이 선택한 화제의 논픽션
영국 저널리스트 소피 엘름허스트의 데뷔작 『우리는 서로의 전부이자 지옥이었다』가 국내 독자들을 찾아온다. 2024년 영국 네로 북 어워드 골드 프라이즈 ‘올해의 책’ 대상을 수상하고, 이듬해 미국 출간 직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작품이다. 버락 오바마의 2025년 올해의 책,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 10선에도 이름을 올리며 대서양 양쪽의 독자와 평단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이 책은 1973년 태평양 한가운데서 고래와 충돌해 배를 잃은 모리스와 마릴린 부부의 118일간의 표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단순한 해양 생존기 아니다. 극한의 상황에서 무엇을 먹고 어떻게 물을 구했는지를 넘어, 도망칠 곳 없는 공간에 갇힌 두 사람이 서로의 가장 나약하고 끔찍한 모습을 어떻게 견뎌냈는지를 집요하게 들여다본다. 네로상 심사위원장 빌 브라이슨이 이 책을 “바다에서의 모험 이야기인 만큼이나 한 결혼에 관한 이야기”라고 평한 이유다.


118일간의 태평양 표류 실화, 그리고 도망칠 곳 없는 결혼의 기록
남편 모리스는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무엇 하나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사람이었다. 아내 마릴린은 사람을 끌어당기고 원하는 것을 밀어붙이는 사람이었다. 애초부터 잘 어울리는 한 쌍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집을 팔고 직장을 그만둔 뒤 직접 만든 요트를 타고 뉴질랜드로 떠난다. 모리스는 배에 무전 송신기를 싣지 않기로 한다. 모두가 무모한 선택이라고 했지만 그는 말했다.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를 지키고 싶어요.” 9개월 뒤 배가 침몰했을 때, 그들이 도움을 청할 방법은 없었다.
여기까지가 도입부다. 이 책의 나머지 부분에서 벌어지는 일은, 두 사람이 서로를 견디는 일이다.
폭이 1.5미터도 되지 않는 구명정에는 문이 없다. 방문을 닫고 나갈 수도, 친구에게 전화를 걸 수도, 잠시 혼자 있을 수도 없다. 남편은 아내의 갈비뼈가 하루하루 선명해지는 모습을 지켜본다. 아내는 남편이 무너지고, 자책하고, 죽는 방법을 계산하는 말을 듣는다. 두려움도 절망도 상대에게 숨길 수 없다.
태평양에 118일 동안 표류해본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도망칠 수 없는 관계 안에서 상대의 최악을 마주해본 사람은 많다. 이 극단적인 생존기가 이상하리만큼 우리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처럼 읽히는 이유다.


남편은 죽는 법을 계산했고, 아내는 케이크 목록을 적었다
표류가 시작되자 두 사람의 차이는 잔인할 만큼 선명해진다.
모리스는 무너졌다. 배가 가라앉은 것은 선장인 자신의 실패라고 생각했다. 파나마를 하루 늦게 떠났더라면. 항로를 조금 더 남쪽으로 잡았더라면. 펌프질을 그렇게 일찍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후회는 끝없이 이어졌고, 마침내 그는 목숨을 끊을 만큼 가스통에 연료가 남아 있는지를 계산하기 시작한다.
마릴린은 정반대였다. 하루의 배급량을 계산해 시간표를 만들고, 종이에 무늬를 그려 카드를 만들고, 항해 일지를 찢어 도미노를 만들었다. 뼈만 남은 손으로 상어 꼬리를 붙잡아 하루에 세 마리를 끌어올린 적도 있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미래를 만들어냈다. 오늘 먹을 것을 나누고, 다음에 지을 배를 상상하고, 집에 돌아가 먹고 싶은 케이크의 목록을 적었다. 물이 바닥나 모리스의 계산이 절망에 도달했을 때도 마릴린은 말했다. "곧 우기가 시작될 거야. 비가 올 거야. 비는 반드시 온다고." 물론 그녀가 옳았다.
소피 엘름허스트가 이 실화에서 끌어내는 질문은 ‘어떻게 살아남았는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사람은 결국 무엇으로 살아남는가.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그 답을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리스와 마릴린은 이상적인 부부가 아니다. 서로를 자주 실망시키고, 상대의 가장 나쁜 모습을 목격한다. 끝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사랑한다고 해서 성격이 맞아지는 것도 아니고, 절망적인 순간마다 아름다운 말을 주고받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한 사람이 삶을 포기하려 할 때 다른 사람은 내일을 계획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 역할이 뒤바뀐다. 그 과정에서 사랑은 감정보다 행동에 가까운 모습으로 드러난다. 비가 올 것이라고 믿는 것. 오늘 먹을 것을 나누는 것. 다음에 지을 배를 함께 상상하는 것. 집에 돌아가 먹을 케이크를 이야기하는 것.
사랑이란 상대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순간에도 그의 곁에 남아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우리는 서로의 전부이자 지옥이었다』는 바로 그 가장 불편하고도 눈부신 순간들을 기록한다.



결국 우리 모두에게 표류의 시간이 찾아온다
118일 동안 태평양을 떠돌던 두 사람을 마침내 발견한 것은 한국수산개발공사의 참치잡이 원양어선 ‘월미 306호’, 그리고 서종일 선장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극적인 구조 장면에서 끝나지 않는다. 영웅으로 칭송받던 시간이 지나고 두 사람이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그들은 감자 껍질을 누가 벗길 것인지를 두고 이틀 동안 말다툼을 벌인다. 118일의 표류를 함께 견뎠다고 해서 결혼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었다. 극한이 끝난 뒤에도 삶은 계속됐고, 서로를 사랑하는 일 역시 계속됐다.
그리고 2002년, 마릴린이 먼저 세상을 떠난다. 홀로 남은 모리스는 아내를 기억하기 위해 스물여섯 통의 편지를 써 내려간다. 그 순간 이 이야기는 생존기에서 한 사람을 잃은 뒤에도 계속되는 사랑과 애도의 기록으로 확장된다.
누구나 살면서 자신만의 ‘표류’를 겪는다. 관계가 흔들릴 때도 있고, 삶의 방향을 잃을 때도 있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이해할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고, 도망치고 싶어지는 날도 있다. 두 사람에게 그 시간이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찾아왔을 뿐이다. 마릴린은 훗날 자신들의 생존을 이렇게 설명했다. “한쪽이 흔들리면, 다른 한쪽이 기운을 북돋아 줬어요.”
고래가 나타났을 때도, 배가 가라앉았을 때도, 구조될 가능성이 희미해졌을 때도 그들은 완벽한 부부라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었다. 한 사람이 무너질 때 다른 사람이 잠시 버텨주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우리는 서로의 전부이자 지옥이었다』는 고래와 난파에 관한 이야기에서 시작해,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삶이 표류하기 시작했을 때, 끝까지 같은 뗏목에 남아 있을 사람은 누구인가.

기본정보

상품정보
ISBN 9791199903456
쪽수 준비중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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