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석학 케임브리지대 장하석 교수의 생애 첫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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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케임브리지대학교 과학사-과학철학과 석좌교수. 1967년 장재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과 최우숙 여사의 차남으로 태어나 서울에서 고등학교 1학년까지 다닌 후 미국 명문 고교인 노스필드 마운트 허먼 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에서 물리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측정과 양자물리학의 비통일성〉이라는 논문으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학교(1993~1994)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1995~2010)을 거쳐 현재는 케임브리지대학교(2010~)에 재직 중이다. 과학철학협회(PSA) 이사, 영국 과학사학회(BSHS) 회장을 지냈으며, 2025년에는 한국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영국 학술원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주요 연구 분야는 18세기 이후 화학과 물리학의 역사와 철학, 과학적 실천의 철학, 실재론, 다원주의, 실용주의, 측정, 증거 등이다.
2004년 출간한 첫 책 《온도계의 철학(Inventing Temperature)》으로 지난 6년간 영어로 쓰인 저서 중 과학철학에 현저하게 기여한 책에 수여하는 러커토시상(2006)을 받았다. 2012년 출간한 두 번째 책 《물은 H2O인가?(Is Water H2O?)》는 “과학의 역사와 철학에서 중요한 텍스트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라는 심사평과 함께 국적과 소속을 불문하고 지난 5년간 과학철학에서 뛰어난 성취를 보인 저서에 수여하는 페르난두 질 과학철학 국제상(2013)을 받았다. 2014년 2월부터 5월까지 EBS에서 연속 강연한 내용을 바탕으로 같은 해에 출간한 과학철학 개론서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우수과학도서에 선정되었다. 2021년에는 물리학의 역사와 철학 연구에서 혁신적이고 영향력 있는 연구를 수행한 공로로 미국 물리학회(APS)와 미국 물리연구소(AIP)가 수여하는 에이브러햄 페이스상을 받았다.
목차
- 들어가는 말
1장 불확실성 시대의 과학
ㆍ 제2의 과학 대혁명을 기대하며
ㆍ 온 국민이 꼭 과학을 배워야 하나
ㆍ ‘과학’이라는 말 그 자체
ㆍ 진보와 보수를 겸비하는 과학의 지혜
ㆍ 누구를 믿을 것인가
ㆍ 불확실성 시대의 과학
ㆍ 잠정적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과학
ㆍ 겸허함에서 나오는 과학의 권위
ㆍ 세균을 보고 깨닫는 겸허함의 지혜
ㆍ 무시할 수 없는 동물들의 지식
ㆍ 우리 몸 안에 있는 신비한 시계
ㆍ 우리들 발밑에 숨은 지구 내부의 신비
ㆍ 우주를 향해 거울을 쏘아 올린 이유
ㆍ 우주 탐사의 본질은 인류의 자기 성찰
ㆍ 왜 순수 학문에 투자해야 하는가
ㆍ 언어의 감옥에서 탈출하자
ㆍ 정답을 넘어서는 창의력을 발휘하려면
ㆍ 진정한 과학적 태도란 무엇인가
2장 과학자의 눈으로 본 세상
ㆍ 우연과 끈질김이 같이 이루는 과학적 발견
ㆍ 역사에서 잊힌 장인들을 기리며
ㆍ 일상생활에서 발견하는 자연의 조화
ㆍ 버림받은 애국심
ㆍ 최초의 ‘과학자’는 여성이었다
ㆍ 태양의 정체를 밝혀낸 여학생
ㆍ DNA를 둘러싼 과학사에서 꼭 기억해야 할 이름
ㆍ 백정의 아들이 선사한 서양 의학
ㆍ 짜릿한 전기의 맛을 본 과학자들
ㆍ 걸어서 측정한 지구의 둘레
ㆍ 자동문에 숨겨진 아인슈타인의 업적
ㆍ 1미터의 의미
ㆍ 맥주가 일으켜준 덴마크의 과학 전통
ㆍ 알고 보면 별것 아닌 금과 다이아몬드
ㆍ 피할 수 없는 맹점을 극복하려면
ㆍ 두 개의 문화를 넘어서
3장 과학기술과 인류의 진전
ㆍ 코로나 팬데믹이 우리에게 남긴 것
ㆍ ‘토끼 울타리’와 참새 학살
ㆍ 예측 불허의 기후변화
ㆍ 기후변화는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을까
ㆍ 우루과이는 어떻게 에너지 선진국이 되었나
ㆍ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필요한 유연한 사고
ㆍ 지열 발전의 사례에서 발견한 기술적 상상력
ㆍ 핵융합의 꿈을 향한 국제 협력
ㆍ ‘전쟁, 반도체, 네온’, 이 셋의 연결 고리는
ㆍ 주기율표의 한구석에서 진행 중인 무역 전쟁
ㆍ 인류, 천체의 움직임을 바꾸다
ㆍ 트럼프는 왜 과학자를 미워하는가
ㆍ 미국에 유학생이 없다면
ㆍ 정부가 앞장서서 공중보건을 파괴하는 미국
ㆍ 가능한 일이라 해서 꼭 해야만 하는가
ㆍ 과학기술에 대한 규제, AI도 피할 수 없다
ㆍ 아실로마 AI 원칙을 되새기며
ㆍ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해야 할 일
책 속으로
과학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은 우리 모두 직접 과학을 경험해보고 과학적 사고방식을 배우는 것이다. 과학은 먼 데만 있지 않다. 일상생활의 모든 면이 다 과학 연구의 주제다.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날씨에 대한 기상학, 항상 접하는 동식물들의 행태에 대한 생물학, 해와 달과 별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천문학, 물과 공기, 식초나 알코올 등 친근한 물질들의 본질에 대한 화학, 지형과 광물질에 대한 지질학 등 현대 과학은 그런 일상적 주제들을 다루면서 시작되었다. 기술적으로도 일상생활에서 생각할 부분들이 많다. 휴대폰, 인터넷, 내비게이션 등이 어떠한 원리로 작동하는지를 전혀 모르고 그저 사용만 할 일인가? 건전지, 라디오, 벽시계 등 옛날에 발명된 물건들도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우리는 잘 모르고 있지 않은가? 그런 것들을 공부해보고 나름대로 연구해보는 것 역시 과학이다. (‘온 국민이 꼭 과학을 배워야 하나’ 중에서, 23~24쪽)
보수와 진보를 겸비할 수 있게 해주는 기본적 태도는 겸허함이다. 대를 이어 전해 내려온 귀중한 지식과 관습들을 주제넘게 툭 배척해서도 안 되고, 또 한편으로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식의 오만에 빠져 새로운 것을 거부해서도 안 된다. 그러니까 겸허함은 보수의 기반도 되고, 진보의 기반도 된다. 19세기 말 서양의 많은 물리학자들은, 이제 물리학에서 새로운 발견은 대강 다 끝났으며 앞으로의 진보는 그저 세세히 더욱 정밀한 결과를 얻는 일뿐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불과 몇 년 후에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의 탄생이라는 엄청난 혁명적 변화를 맞으면서 겸허함을 배웠다. 또 한편으로는 그 변화를 겪고 나서 보니 최신 이론만으로 모든 일을 다 해낼 수 없으며 옛날식 지식도 대부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또 다른 겸허함을 배웠다. (‘진보와 보수를 겸비하는 과학의 지혜’ 중에서, 38~39쪽)
그렇다면 우리는 과학을 무조건 믿어야 하는 것인가? 과학에 대한 신뢰는 종교적 신앙과도 같은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믿음이라 해도 다 같은 것은 아니다. 과학에 부여되는 신뢰는 신앙과 달리 상황에 따라 철회될 수 있다.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사태에서 보았듯이 우리는 과학자들을 일단 신뢰하고 들어가지만, 그들이 어긋나는 행동을 했을 때 그 신뢰는 철회된다. 이것은 과학자라는 일군의 인간들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과학 이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한때 신봉하다시피 했던 이론들도 새로운 관측 결과와 어긋나는 등 자꾸 문제가 생기면 과학자들은 거기에 대한 신뢰를 결국 철회한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여겼던 내용도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재평가를 받는다. 과학에서 영원한 진리란 없다. (‘잠정적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과학’ 중에서, 52쪽)
언어는 인간이 생각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유용한 도구다. 그러나 말 한마디마다 그 이면에 숨겨진 고정관념들이 따라다닌다. 생각 없이 쓰는 언어는 참되고 유연한 생각을 막는 감옥이 될 수 있다. 거기에서 필요할 때마다 탈출하고자 하는 것이 진정한 과학적 태도다. 앞서 열거한 사례들(암, 입자, 유전자)의 용례가 현시점에서 적절치 않은 용어로 여겨지게 된 것은 과학, 의학의 발달로 해당 분야의 이론이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언어의 감옥에서 탈출하자’ 중에서, 96쪽)
과학의 발견은 우연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것은 길에 흘린 물건을 줍는 식으로 어설프게 얻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주어진 실마리를 끈질기게 추적하고 체계적으로 연구해 결국은 무언가를 밝혀내는 힘겹고도 신나는 과정이다. (‘우연과 끈질김이 같이 이루는 과학적 발견’ 중에서, 116쪽)
기후변화는 큰 위기인 반면,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후변화 방지를 경제 발전과 문화 개선의 능동적인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석유 한 방울도 나지 않는” 나라의 운명에 대한 한탄을 그만하고, 그 대신 그러한 운명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창의적인 관점을 살려보자. 우리는 동해에 거대한 유전이 숨어 있으리라는 망상을 버리고, 석유에 의존하지 않고도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궁리를 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을까’ 중에서, 215쪽)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서로 다른 가치관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 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정치와 사회 일반이 마비되는 사태가 많이 벌어지고 있는데, 지열 발전과 석유 시추를 연결하는 사례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기술적 상상력을 구사해 접점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석유 시추와 지열 발전이 기술적으로 손을 잡았다는 것은, 그런 식의 예기치 않은 멋진 가능성들이 세상에 또 많이 있으리라는 것을 시사해준다. (‘지열 발전의 사례에서 발견한 기술적 상상력’ 중에서, 231쪽)
이주민을 배척하는 배타주의는 과학의 기본 정신과 정반대되는 태도다. (…) 과학자들은 자기의 연구에 필요한 배경 지식이나 기술적 설비가 어느 나라에서 만들어졌는지 상관없이 그 지식과 설비를 열린 태도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수입한다. 과학이 가장 발달한 곳을 보면 인간관계도 국경 없이 이루어진다. 최고의 학생들과 연구자들을 차별 없이 모집하고, 문화의 장벽을 넘어서 협업하고 교류한다.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훌륭한 선생들과 학내 연구소들을 지구 곳곳으로 찾아다닌다. 그러한 개방성이 없는 집단이 하는 과학 연구는 곧 한계에 부딪힌다. (‘미국에 유학생이 없다면’ 중에서, 260~261쪽)
현대의 인간들은 가능한 일은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것 같다. 영국의 등반가 조지 맬러리에게 누군가가 왜 에베레스트산에 올라가려 하냐고 묻자 그가 “그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런 극한적 도전을 통해 인간 능력의 한계를 시험해보는 것은 진취적 기상이라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어떤 여파를 가져올지 모르는 새로운 기술을 현실화가 가능하다고 해서 앞뒤를 재지 않고 무조건 개발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자제는 인간 해방의 중요한 한 방법이다. (‘가능한 일이라 해서 꼭 해야만 하는가’ 중에서, 272쪽)
또 상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인생의 의미는 직접 경험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는 계산기를 쓰더라도 어린이들에게는 산수를 가르쳐서 직접 계산하는 법을 우선 깨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숫자를 곱하고 나누고 해본 경험 없이 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방정식을 풀어보고 미적분을 해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그렇다. AI가 번역을 해주니 내가 애써 번역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외국어를 직접 힘겹게 배우면서 이국적 사고방식을 배우고, 또 그러한 다른 사고방식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깨닫는 일은 AI가 대신 해줄 수 없다. 무슨 일이 되었든 AI가 더 잘한다고 거기에 모든 것을 맡긴다면 우리는 직접 경험하면서 배우는 기회를 빼앗기므로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없다. 사람이 해주든 AI가 해주든 남이 다 해주는 인생은 무의미한 인생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해야 할 일’ 중에서, 287쪽)
출판사 서평
“과학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과학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태도’다.”
편향적 시선과 독단적 오만을 뛰어넘어
최선의 지식과 진리에 도달하도록 이끄는 과학적 사고방식
《장하석의 과학하는 마음》은 ‘과학철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러커토시상을 수상하는 등 과학철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는 장하석 케임브리지대학교 석좌교수가 생애 처음으로 출간한 과학 산문집이다. 장하석 교수는 그동안 《온도계의 철학》, 《물은 H2O인가?》, 《새로운 실용주의 과학철학》 등의 굵직한 저서들을 통해 ‘과학에서 진리란 무엇이며, 그것을 추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우리가 현재 당연하다고 여기는 과학 지식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 ‘끊임없는 탐구와 논쟁이 격돌하는 과학의 세계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능동적 앎은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지’ 등 과학철학의 핵심적인 질문들에 대해 깊은 사유와 통찰을 보여준 바 있다.
이 책의 토대가 된 글들은 2021년 1월부터 2026년 1월까지 한 일간지에 매달 한 편씩 정기적으로 발표했던 칼럼들이다. 영국을 삶과 학문의 근거지로 삼고 있는 세계적인 학자에게 한 달에 한 번씩 연재하던 글들은 고국의 독자들과 소통하는 창구이자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연구자의 관점으로 조심스레 제언하는 통로였을 것이다. 한국의 독자들 또한 세계를 들썩이게 만든 각종 이슈들부터 과학의 의미와 본질을 묻는 내용에 이르기까지 과학 석학의 관점에서 여러 주제의 사안들을 새롭고 깊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였으니 충분히 반가운 기획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때마침 글이 연재되던 지난 5년은 그야말로 격동의 시절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인공지능의 급격한 발달 등 전 세계를 충격과 놀라움에 휩싸이게 한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진 시기였다. 그러한 국제적 사건들의 여파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우리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이다. 즉, 긴 안목으로 보았을 때 당시에 다룬 주제들은 시의성을 지니는 사안을 넘어 ‘과학적 태도’라는 중요한 틀에 입각해 오랫동안 숙고할 만한 함의를 가진 주제들이라고 볼 수 있다. 《장하석의 과학하는 마음》은 낱낱의 글들이 일정한 흐름과 맥락을 가지고 ‘과학적인 사고방식과 그 실제’라는 하나의 커다란 주제로 연결될 수 있도록 기존의 글들을 새롭게 편집해 한 권의 완결성이 있는 책으로 엮어낸 의미 있는 결과물이다.
“과학은 먼 데 있지 않다.
우리 삶의 모든 면이 과학 연구의 주제다.”
우리 일상을 바꿔놓은 과학적 발견에 대한 이야기부터
점수 따기용 공부가 아닌 하나의 문화로서
과학을 새롭게 바라보고 접근하자는 메시지까지
한국을 넘어 세계가 인정한 과학철학 거장의 품격 있는 가르침
1장에서는 ‘과학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다각도로 조명한다. 모호하고 불확실성이 가득한 오늘날, 과학은 고정된 지식이 아니라 질문을 멈추지 않고 더 진실한 방향을 향해 유연하게 나아가는 태도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미시적인 존재인 세균부터 광활한 우주에 이르기까지 대자연을 탐구하는 과정은 인간의 위치를 되돌아보게 하며 겸허함의 지혜를 가르쳐준다.
과학을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과학 지식이나 공식을 암기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현상에 호기심을 갖고 탐구를 실천하며 과학적 사고의 본질을 깨닫는 일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창의력의 뿌리가 되는 이러한 과학적 정신을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배양하고자 할 때, 비로소 합리적 판단과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장에서는 ‘과학하는 마음’이 구체적인 삶 속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 여러 역사적 인물과 사례로 보여준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과학 이론들은 경이로운 현상에 호기심을 품고 끈질기게 질문을 던진 이들의 헌신 덕분에 존재한다. 위대한 발견은 흔히 우연의 산물로 여겨지곤 하는데, 그 시작은 우연히 얻은 실마리에서 시작되었을지 몰라도, 이를 의미 있는 결실로 빚어내는 데는 고달픈 인고와 탐구의 시간이 필수적이다.
이 장에서는 여러 과학 분야에서 일어난 놀라운 발견의 순간들을 조명한다. 특히 남성 중심의 시대적 한계를 딛고 한 줄기의 진리를 좇은 여성 과학자들의 이름을 기억하고자 노력했다. 성별이나 계급, 부와 지식의 격차를 뛰어넘어 다채로운 시선을 포용하는 다원주의적 태도야말로 과학의 발전과 인류 진보를 이끄는 핵심 동력임을 지난 역사가 증명한다. 이와 같은 과학자의 시선을 갖출 때, 우리는 편향과 고정관념을 벗어나 보다 더 가치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3장에서는 인공지능(AI), 기후변화 등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절박한 위기를 해결하는 데 과학과 과학적 태도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제시한다. 2020년대가 시작된 이후 우리는 전례 없이 충격적인 사건들을 연달아 맞이했다. 무엇보다 첫 손가락으로 꼽을 만한 일은 전 세계를 공포에 빠뜨리며 모두의 일상을 근원적으로 뒤흔들어놓은 코로나 팬데믹이다. 이 초유의 감염병 사태는 방역과 보건의 위기를 뛰어넘어 인류가 이룩한 현대 문명이 지닌 취약함과 문제점을 되짚어보게 만들었다. 또한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과학 지식이 어떤 방식으로 기능하며, 그 결과물을 사회가 어떻게 수용하는지를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체감할 수 있었다.
팬데믹의 공포가 잦아든 이후에는 생성형 AI라는 또 다른 거대한 폭풍이 기다리고 있었다. 단순한 기술 발전을 능가해 인간의 지성과 창의성의 영역까지 파고든 AI 혁명은 우리에게 ‘인간 고유의 가치는 무엇인지’를 깊이 성찰하게 이끌었다. 이 장에서는 인간과 기술의 공존을 모색해야만 하는 새 시대에 필요한 과학적 태도가 무엇인지 점검한다. 또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해법도 함께 모색한다.
“과학하는 마음은 과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흔들리는 시대를 유연하게 건너게 해줄
질문하고 경험하고 다시 생각하는 법!
우리는 흔히 과학을 확실성에 기반한 지식으로 여기곤 한다. 하지만 불확실성이야말로 과학 지식의 본질이다. 그렇다면 과학에 대한 신뢰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그 믿음은 비록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집요하고 치밀하게 진리를 추구하는 과학 연구의 방법론에 기인한다. 일반적으로 과학자 사회는 일반 사회보다도 더 큰 정직성을 요구한다. 그런데 관측 결과나 실험 결과를 도출한 대로 보고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 연구 결과를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우리는 과연 과학을 무조건 믿어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과학에 부여되는 신뢰란 종교적 신앙과 달리 상황에 따라 언제든 철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학의 세계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되던 내용도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면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과학에서 영원한 진리란 없다. 즉, 과학에서의 신뢰는 ‘잠정적’이다. 역설적이게도 이처럼 절대적 진리를 인정하지 않기에 과학의 권위가 확보된다. 과학이 지금의 권위와 힘을 갖게 된 이유는 끊임없는 가설과 검증을 통해 주어진 조건 아래에서 최선의 지식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책에서 저자가 ‘과학하는 마음’이라고 칭한 것은 바로 이러한 과학의 정신을 우리 삶에 적용하는 태도를 일컫는다. 내가 아직 모르는 것이 무한히 있음을 받아들이는 겸허함, 경험과 관찰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지성, 나의 경험만으로는 이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타인의 경험과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존중 등이 과학하는 마음의 테두리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덕성들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태도는 비단 과학의 영역에서만 한정되어 이야기될 자질들이 아니다. 인생 자체도 과학적인 태도로 살아볼 만하다.
지난 경험과 관찰을 토대로 나의 현재를 성찰하고, 필요하다면 내 삶의 규칙을 새롭게 발전시키거나 폐기하면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해나갈 줄 아는 능력은 삶의 모든 장면에서 요구되는 자질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과학하는 마음이야말로 불확실한 내일을 현명하게 건너가게 해줄 가장 실용적이고 성숙한 삶의 태도가 아닐까? 특히나 AI가 인간 삶의 여러 분야에 침투한 요즘, 많은 사람이 생각을 외주화하는 데 점차 익숙해지는 것을 두고 사회적인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인생의 의미는 직접 경험하는 데 있다. 몸소 체험하고 관찰하며 배우는 즐거움을 누리는 ‘능동적인 앎’은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한 가장 검증된 경로다. 과학기술의 편의를 누리는 일에만 젖어들어 자기 존재에 대한 성찰과 정진을 포기하는 순간, 인간은 그야말로 기술의 노예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한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벗어나 주체적이고 창의적인 미래를 맞이하고 싶은 우리 모두에게 ‘과학하는 마음’은 가장 긴요하고 중대한 시대정신으로 조명되어야 할 것이다.
기본정보
| ISBN | 9788965968603 |
|---|---|
| 쪽수 | 준비중 |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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