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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성에 초대된 자그마한 파괴자

아이가 없는 삶을 사랑했던 심리상담사의 달고 시고 짜고 매운 임신·육아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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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엄마가 되고도, 온전히 내가 되어가는 여정.

자신을 소진시키는 것이 끔찍하게 싫었던 심리상담사가 마주한 임신과 육아의 세계.

 

 

□ 출판사 서평

단정한 일상 속에서,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소중했던 심리상담사 양희조는 반려인의 간곡한 요청으로 임신과 육아를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수차례 부딪히고, 수차례 원망하며 창과 방패가 되어 싸우다 심리상담사로서 자신을 위한 결정으로 자녀가 있는 삶을 결심하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결심했다고 해서 아이 있는 삶을 곧장 사랑하게 되진 않았다. 지독히도 사랑했던 ‘아이 없는 삶’에 대한 긴 애도의 기간이 필요했고, 먼저 세상을 떠난 친엄마를 통해 생겨난 생의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기도 했다. 그 과정은 아름답게 빛나기보단 어둠 속에서 허우적 거리는 것에 가까웠다. 모두가 아름답게 포장하는 아이를 기다리고 아이와 만나는 임신과 육아의 시기, 하지만 저자는 그 포장지를 벗겨 임신과 육아의 날것을 마주한다. 심리상담사로서의 경험을 살려 모든 감정을 쉬이 무시하거나 버리지 않고 찬찬히 음미하기를 다짐한다. 설사 그것이 아주 맵고 쓰고 짜다고 할지라도. 그 사이 사이, 찰나에 나타나는 부드럽고 단 맛을 최선을 다해 느끼면서.

그렇게 저자는 조금씩 아이가 없는 시절, 자신을 지켜준 아름다운 성을 허물기 시작했다. 한 번에 성을 허물었다간 자신이 다칠 것이 분명하기에 아주 천천히 벽돌을 하나씩 빼내었다. 그리고 자신의 아름다운 성에 자그마한 파괴자를 초대한다. 

아이 없는 삶을 사랑했던 심리상담사는 아이 있는 삶을 사랑할 수 있을까? 자신의 성에 초대된 자그마한 파괴자를 환대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고민하면서도, 자신을 잃고 싶지 않은 이들을 위한 담백하되 차갑고, 솔직하되 따듯한 위로이자 응원이다. 기꺼이 엄마가 된 모두가 온전히 자신도 되길 바라며.

 

 

□ 추천사

 

“이 책의 저자는 고귀한 생명인 아이를 파괴자라고 명명하며

처절하게 고통에 대하여 말한다. 그와 동시에 임신과 육아의 어두운 이야기를 빛 가운데로 꺼낸다. 환한 빛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임신과 육아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 반쪽이 아닌 온전한 모습을. 말해지지 않는 이야기가 말해질 때, 웅크린 말들이 기지개를 켤 때, 세상은 한 뼘 나아간다.”

 

“이 책은 엄마의 삶이 온전히 존재할 때, 희생과 헌신도 온전해질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엄마와 아이의 고귀한 삶은 or이 아닌 and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엄마가 되기로 결심한 이들에게, 혹은 이미 엄마가 되어버린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육아용품 준비가 아닌 이러한 태도 아닐까. 엄마가 되는 모든 이들의 손에 이 책을 꼭 쥐여주고 싶다.”

 

-김아라(‘마음과사람’ 소장, 『과거가 남긴 우울 미래가 보낸 불안』저자)

 

□ 책 속으로

 

한없이 황홀했다가 더없이 공허했다. 아이의 눈에서 우주의 별빛을 발견하다가도 잠시 후에는 혼자서 우주에 둥둥 떠 있는 것만 같았다. (11p)

 

이 이야기는 나의 아름다운 성을 그리워하는 상실의 기록이면서, 자그마한 파괴자와 공존하려 애써온 성취의 기록이다. 나는 여전히 옛 성을 그리워하면서도 현재 내 삶에서 생생하게 꼬물거리는 이 파괴자를 두 팔 벌려 환영한다. (12p)

 

며칠간 약을 복용하고 다시 병원에 갔다. 역시나 한참 대기한 뒤 만난 의사는 내게 주사를 받아가라 했다. 난포를 터뜨리는 주사로,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내일 이 주사를 직접 놓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이 주사기를… 아, 제가요? 제 배…에, 아, 그렇군요. 그저 등 떠밀려 갔을 뿐인데 주사까지 내 손으로 놓아야 할줄이야. 나는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점을 깨닫자 뒤늦게 서러움이 몰려왔다. 그날 저녁 반려인에게 내 감정을 설명하며 눈물이 난다고 했더니, 그 정도로 힘들면 주사를 놓지 말자고 했다. 몇 주 만에 겨우 받아온 이 주사를 버리라니, 내 노고를 생각하면 그럴 순 없었다. 냉장고에 보관된 주사를 반려인이 놔주었고 아이는 생기지 않았다. 나는 다시는 병원에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20p)

 

태명은 뭘로 정하면 좋을까? 앞으로 열 달을 부를 이름인데 엄마인 내가 부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이름이면 좋지 않을까? 나마비루(생맥주라는 뜻의 일본어)의 ‘나비’, 화이트와인의 ‘화와’는 어떨까. 자그마치 일 년도 넘는 시간을 그리워하며 눈물 흘릴 이름들.(29p)

 

오래전부터 나는 ‘내가 제일 중요한 사람’이라는 게 가장 큰 단점이라고 생각해왔다. 삶에서 자기 자신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것은 스스로를 무엇보다도 귀하게 여기도록 만들기에 강력한 강점인 동시에, 시야를 ‘나’로 제한하기에 굉장한 단점이기도 했다. 이를 잘 알면서도 그런 단점을 극복하려 시도한 적은 없었다. 나는 내가 1순위인 게 좋았다. 임신을 하면서 어쩌면 내게도 나보다 더 중요한 존재가 생길지 모른다는 기대가 생겼다.(75p)

 

매일 크고 작은 선택 앞에서 고민할 때마다 아기에게 좋은 것을 주기 위해 자신을 깎고 희생하는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러면 이런 생각부터 든다. 와, 난 그렇게는 못하겠는데, 그렇게까지는 내 마음이 동하지 않는데. 그리곤 나를 타박하는 목소리들이 따라붙는다. 남들은 어련히 부모라면 그런 선택을 하는데 나는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라 내키지 않는 건가. 난 여전히 내가 1순위인 사람이고 변한 건 하나도 없네! 여기서도 내 단점이 발동하는 구나. (77p)

 

나는 말이지, 희생하는 엄마보단 좀 탐욕적이고 자기 하고 싶은 걸 고집할 줄도 아는 엄마가 되고 싶어. 아이에게 너도 중요하지만 그만큼이나 나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 내가 자유롭고 충만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아이를 사랑하고 싶어.(75p) 

 

그렇다면 나는 내 목소리를 기록하고 대변하기로 한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괜찮지 않다’는 내 목소리를 말이다.(130p)

 

“저는 다 시판으로 사 먹여요. 영양도 좋고 저는 그 시간에 운동하고 밖에서 돈 벌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 아닌가요?” 라고 말하는 연예인은 왜 여태 나오지 않는가! 아이 입에 들어 가는 음식을 외주 맡기는 엄마는 왜 미디어에 나오지 않는가! 처음 ‘햇반’ 광고가 나갔을 때 반발이 엄청 컸다지. 밥솥이 다 해주는 밥을 왜 돈 주고 사서 먹냐고. 밥을 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쌀을 미리 씻고 불려 밥솥에 안치는 일, 남은 밥을 냉동실에 얼려 다시 덥히는 일, 밥솥을 해체하여 씻고 말린 후에 다시 조립하는 일은 밥솥이 아니라 사람이 한다는 것을. 엄마의 노동을 죄책감으로 누르며 당연시하지 않고 희망하는 자는 산뜻하게 외주화 하여 찬사 받는 세상은 당최 언제 올 것인가. (182p)

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작가정보

저자(글) 양희조

출간작으로 『나의 아름다운 성에 초대된 자그마한 파괴자』 등이 있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ISBN 9791193344064
쪽수 224쪽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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