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욕망, 사랑과 구원의 장대한 대서사극, 허즈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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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박소해
이야기 세계 여행자이자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몽상가. 미술을 전공해 ‘시각화’에 강한 이야기꾼이라는 평을 듣는다. 선과 악의 이분법을 넘어 인간의 본성을 깊숙이 탐구하는 작품을 쓰고자 한다.
언제나 사람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글을 써왔다. 어느 봄날에 꾼 꿈에서 받은 영감이 『허즈번즈』의 시작이었다. 그 꿈에 6·25 전쟁과 얽힌 가족의 역사, 유령 그리고 고양이를 더했더니 『허즈번즈』가 탄생했다. 꿈이 4년의 여정을 지나 마침내 책이 되었다. 여전히 꿈을 꾸는 기분이다.
좋은 이야기는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한 줄기 햇살이거나, 어둠 속에서 비로소 만나는 빛 같아야 한다고 믿는다. 제주 소녀 수향이 들려주는 이 이야기가 독자들에게도 그런 빛이 되기를 바란다.
2021년 「꽃산담」으로 계간 《미스터리》 가을호 신인상 수상. 2023년 「해녀의 아들」로 제17회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 온라인 독서모임 플랫폼 ‘그믐’의 장르살롱 진행자이며 제주 호러 앤솔로지 『고딕 X 호러 X 제주』를 기획하고 참여했다. 『귀신새 우는 소리』, 『네메시스』, 『시소게임』 등의 앤솔로지와 인문서 『세계 추리소설 필독서 50』에 필자로 참여하였다.
작가의 말
목차
- 등장인물 소개 - 004p
나가스 저택 배치도 - 006p
Prologue 1990년, 봄 - 013p
1부 1945~1950년, 수향 - 027p
2부 1945~1950년, 마사키 - 187p
3부 1950~1951년, 남편들 - 339p
Epilogue 1990년, 봄 - 493p
허즈번즈 연표 - 516p
작가의 말 - 520p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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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욕망에 이토록 솔직한 여성 주인공에게 마음이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 대범함과 당당함이 이 소설의 파격적인 설정에 대한 하나의 개연성이다. 1945년 해방을 기점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격통의 역사를 거쳐 1951년에 막을 내린다. 치밀하게 조사한 역사적 배경과 제주의 무속 신화가 켜켜이 어우러져 지금껏 접해본 적 없는 새로운 맛을 내고, 간결한 묘사와 각각의 캐릭터성이 도드라지는 대사들은 독자를 이야기의 마지막 페이지로 단번에 몰아붙인다.
집이라는 제한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기묘한 사건은 역사와 무속, 범죄와 로맨스를 아우르며 한 가지 장르에 갇히기를 거부한다. 불길한 형체가 아른거리는 야릇한 드라마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기를. 종잡을 수 없는 흐름을 정신없이 뒤쫓는 과정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재밌는 점은 주인공만큼이나 이글거리는 작가의 욕망이 오롯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원하는 장면을 단 하나도 빠짐없이 펼쳐놓고자 하는 무형의 불꽃을 만나는 건 드문 행운이라 기뻤다.
책 속으로
“눈물도 물이주게. 물이 흐르멍 길이 나주게.”
수향은 그제야 울음이 가라앉았다.
제주도는 마른 하천이 많았다. 평소에는 하천인지 맨땅인지 구별이 안 갔다. 하지만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그 하천에 물이 거침없이 흘러 물길을 이루었다. 굉음을 울리며 거세게 흘러가는 물길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눈물이 길을 낸다는 말에 수향은 위로를 받았다. 아무리 슬퍼도 그 슬픔을 견디면 반드시 길이 생긴다. _ p.35
36년간의 일제강점기는 조선 사람들에게 삶과 영혼이 찢겨나간 시간이었다.
1945년, 조선 사회는 일본군과 헌병경찰이 총검과 채찍을 들고 사람들을 탄압하는 거대한 감옥이나 다름없었다. 언어와 문화 말살, 잔혹한 폭압, 토지 수탈, 강제징용, 정신대 동원, 창씨개명. 조선의 어린아이들은 “순사 온다”는 한 마디에 울음을 뚝 그쳤다.
많은 조선 사람들이 해방에 감격했다. 온 골목과 대로마다 환희의 만세 물결이 끝없이 이어졌다. 일제는 한일합병 전부터 애국가가 한민족의 단결과 독립 정신을 고취한다며 애국가를 부르거나 연주하는 것을 금지했다. 수향은 소학교에서 기미가요를 불렀다. 오매불망 기다렸던 해방일이 왔건만 그 누구도 오랜 시간 금지된 애국가 가사를 정확하게 외우지 못했다. 사람들은 기억을 더듬으며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의 곡조에 맞춰 서툴게 애국가를 불렀다. 3.1 만세 운동 이후로 태극기를 소지하는 것도 금지된 탓에 사람들은 일장기 위에 검은 먹으로 그린 태극기를 들고 흔들었다.
하지만 해방된 지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수향은 해방을 실감하지 못했다.
수향은 여전히 해방되지 않았으니까.
양손에 든, 생선과 채소가 미어터질 것 같은 바구니가 그 증거다. 경성 아버지 집에서 지낸 몇 년은 감옥같이 답답하기만 했다. 언젠가는 해방될 수 있을까?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바람처럼.
제주의 바람처럼. _ p.48~50
하늘에 검은 먹구름이 몰려왔다. 금방 비라도 쏟아질 것처럼 대기가 습했다.
제일 먼저 장미 문양의 거대한 철제 대문이 눈앞에 들어왔다. 철제 대문 뒤로 높이 자란 소나무들과 넓은 잔디 정원 너머 두 채의 집이 보였다. 서양풍 대저택과 일본식 목조주택이었다.
푸르스름한 박공지붕은 3층 대저택에 음울한 어둠을 드리웠다. 붉은 벽돌로 치장된 외벽은 지붕의 그림자에 잠겨 있었고 오래되어 얼룩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높은 창들은 뾰족한 아치 형태로 일렬로 줄지어 있었다. 어두운 창들이 빛을 차단해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벽돌 틈새마다 이끼와 덩굴이 기어오르고 있었다. 장엄하면서도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집은 마치 오래된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 수향을 조용히 압도했다.
목조주택의 넓은 처마 끝은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검붉은 나무 기둥과 벽면에는 세월의 흔적이 짙게 배어 있었다. 겹겹이 엇갈린 기와지붕에는 빗물 자국이 마치 더러운 얼룩처럼 남아 있었다. 일본식 종이가 덧대어진 미닫이문이 집을 둘러싼 복도를 따라 연달아 늘어서 있었다. 다다미방이 최소한 다섯 개 이상인 것 같았다. 집 뒤로 커다란 흑죽림이 음산하게 우거졌다. 가을바람에 검은 대나무들이 좌우로 춤을 췄다. _ p.54~55
며칠 후, 난실이 생각을 바꿔 수향을 학교에 보냈다. 부모님이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민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수향이 중학교 1학년으로 들어가게 됐다. 또래보다 늦게 입학했지만 수향은 하늘을 날아갈 것처럼 기뻤다. 등교 전날에 흰 교복 셔츠, 남색 상의, 교복 주름치마를 몇 번이나 다림질했다.
“네가 시집간 뒤에 사돈 앞에서 부끄럽지 않으려면 그래도 중학교는 졸업해야 하지 않겠니.”
난실이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였다. 도진과 난실은 딸이 나중에 결혼해서 사돈댁에게 일자무식이라는 소리를 듣게 하고 싶진 않은 모양이었다. 수향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들의 체면 때문이었지만 이유가 뭐든 낮 시간만큼은 학교에 갈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수향은 숨 쉴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심부름과 집안일이 줄어들었다.
입학 첫날, 수업을 들으며 수향은 속으로 다짐했다.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는 거야. 그러면 교원이 될 수 있을 거야. 선생님이 되면 어떻게든 먹고 살 수 있어. 그 뒤엔 이 집을 나가서 혼자 사는 거야.’
부모의 기대와 달리 수향은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또래보다 뒤처진 공부를 따라잡느라 밤늦게까지 책을 붙들었다. _ p.85~86
‘계속 울기만 하면 무슨 소용이야.’
분노를 삭이고 뭔가 방법을 찾아봐야 했다. 이 터무니없는 결혼을 되돌릴 방법을. 책상 서랍에서 외할머니의 요령을 꺼냈다. 딸랑. 딸랑. 요령을 살짝 흔들어 그리운 소리를 들었다.
외할머니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눈물도 물이주게. 물이 흐르멍 길이 나주게.’
참으려고 했지만 눈물이 자꾸 흘러내렸다.
‘외할머니는 나에게 신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셨어. 추는굿을 한 뒤로는 이상한 것이 보이고 이상한 소리가 들렸지.’
이 집에 들어온 뒤로 교코가 계속 수향에게 말을 걸었고 몇 가지 환상을 보여주었다. 비밀 일기장이 있는 위치도 알려줬다. 교코는 왜 나에게 계속 경고하고 도움을 주는 걸까. 어쩌면 교코가 해결책을 찾아줄지도 모른다.
‘한 번만 더 도와줘.’ _ p.140~141
수향은 두만과 부모가 죽기를 원했다. 아버지에게 평생 시달려온 세쌍둥이는 수향의 설득에 넘어갔다.
“죽이는 수밖에 없어. 꼭두각시 노릇을 그만두려면.”
며칠에 걸쳐 수향은 세쌍둥이에게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네 사람은 의논 끝에 똑같이 생긴 양념통 네 개를 구했다. 하나에는 청산가리액을 넣고 나머지 세 개에는 물을 넣었다. 야바위 게임처럼 섞고 섞고 또 섞어서 누가 청산가리액 양념통을 가졌는지 아무도 모르게 하기로 했다. 완성된 육개장 냄비 앞에 서서 네 개의 양념통을 동시에 열고 액체를 들이부었다. 수향이 국자로 펄펄 끓는 냄비 안을 크게 휘저었다. 둥글게 둥글게 젓고 또 저었다. 우리를 지배하고 괴롭혔던 압제자들을 죽이되, 누구의 손으로 죽였는지는 우리조차 모르게 하자. 넷이 내린 결론이었다.
계획은 성공했다.
이제 해방은 우리의 것이다. _ P.184~185
막상 복수를 실행에 옮기니 허탈했다. 왜 내 팔자는 이토록 기구하지. 억울하고, 슬프고, 무서웠다. 어머니도 외할머니도 여동생도 모두 죽었다. 아버지와 새어머니는 내가 죽였다. 내가 살인자가 되다니. 저절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수향이 흐느껴 울기 시작하자 세쌍둥이가 놀랐다. 잠시 후 영우가 서럽다는 듯이 따라 울기 시작했다. 울음은 곧 전염병처럼 번졌다. 영진과 영일도 울었다. 울음이 대나무 숲을 덮쳤다. 영우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수향의 얼굴에 눈물에 젖은 제 얼굴을 부비더니 키스를 했다. 그러자 영일과 영진도 질 수 없다는 듯이 수향에게 다가와 키스를 졸랐다. 수향은 마치, 공평하게 어린 세 아들에게 사탕을 나누어 주는 어미처럼 세 사람에게 차례대로 키스를 나누어주었다. 이번엔 영진, 다음엔 영일, 마지막으로 영우.
이윽고 수향은 세쌍둥이를 탐하기 시작했다. 모험이 시작되었다. 아직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미지의 땅을 개척하는 탐험가처럼 수향은 한 번도 발을 내딛지 않았던 낯선 곳을 향해 발을 디뎠다. 수향은 세쌍둥이를 동시에 점령했다. 새끼 개 세 마리를 한꺼번에 품는 어미 개처럼. 볕에 그을린 갈색의 세 육체 위로 백옥 같은 나신이 포개졌다. 세쌍둥이를 완전히 지배하면서 수향은 온몸이 공중으로 붕 떠오른 느낌을 받았다. 태어나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격렬한 쾌감이 온몸에 엄습했다. 동시에 강한 책임감을 느꼈다. 두만의 압제 아래 미처 어른이 되지 못한 소년들. 내가 살인자로 만들어버린 이 세 사람을 이 거친 세상에서, 전쟁에서 지켜내야 한다. 우린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수향이 원했던 결혼은 아니었지만 지금 그녀에겐 세쌍둥이뿐이었다. 평생 외로웠는데 이 세쌍둥이가 고독을 달랠 온기를 주었다. 난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수향은 문득 행복했다. 세쌍둥이는 남편들이자 연인들이요, 그리고 자식들이었다. 수향과 세쌍둥이는 살인의 공범이 되고 나서야 진정한 가족으로 재탄생했다. _ P.264~265
“난 결코 널 떠나지 않아. 아버지의 나라 따윈 버린 지 오래야. 이름도 버렸고.”
마사키가 수향을 안으며 힘주어 말했다. 마사키가 천천히 고개를 숙여 수향에게 입맞춤을 했다. 그의 입술은 불에 탄 재 맛이 났다. 마사키가 검댕이 묻은 입술로 속삭였다.
“이제는……”
그가 말을 이었다.
“네가 나의 나라야.”_ P.469~470
출판사 서평
“불길한 형체가 아른거리는 야릇한 드라마.
이런 불꽃을 만나는 건 드문 행운이라 기뻤다.”
_소설가 조예은
오랜 시간 떠도는 기억과 혼을 머금고 살아 있는 집
욕망이 떠도는 적산가옥(敵産家屋) 안에 깃든
엄혹한 시대와 강인한 사랑, 뜨거운 생의 기록
일제강점기, 제주에서 외할머니, 여동생과 함께 평화로운 날들을 보내던 수향은 어느 날 원인을 알 수 없는 무병(巫病)에 시달리고, 외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제주도의 전통 굿인 ‘추는굿’을 치른다. 그 이후로 수향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듣는 아기 심방(무당)이 된다.
이후 할머니와 여동생을 여의고 외톨이가 된 수향은, 1945년 조선이 일제로부터 해방되자 제주를 떠나 낯선 친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경성으로 간다. 조선총독부 토지과 고위 관료로 일하던 친부는 정권으로부터 나가스 가문의 대저택, 적산가옥을 불하받는다. 수향은 친아버지와 새어머니, 이복 남동생과 함께 나가스가(家) 대저택에 입성한다.
나가스 대저택에는 어쩐지 불길한 기운이 감돌고, ‘추는굿’을 통해 영안(靈眼)이 트인 수향은 이 저택 안에 자신만이 볼 수 있는 또 다른 영적 존재가 있다는 것을 감지한다.
해방 이후 6·25 전쟁이 발발하자 가세가 기울어진 수향의 집안은 수향을 쌀가게 노인의 외동아들 ‘최영우’와 강제로 혼인시킨다. 수향의 결혼을 대가로 얻은 몸값은 쌀 여덟 섬. 수향은 쌀 여덟 섬에 자신을 팔아넘기듯 혼인시킨 아버지와 새어머니에게 분노한다. 원치 않은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수향은 어느 날, 남편 최영우의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최영우를 면밀하게 관찰하기 시작한다.
수향은 쌀가게 노인의 ‘외동아들’이라던 최영우를 조사하고 관찰하는 과정에서 모두가 숨겨온 그의 정체를 눈치챈다. 수향은 최영우를 역으로 협박하여 그의 입으로부터 충격적인 진상을 듣는다. 밤마다 자신의 방에 들어오던 ‘최영우’가 실은 한 사람이 아니라 영일, 영진, 영우로 이뤄진 세쌍둥이였던 것. 수향은 이 결혼 사기극에 절망하지만 돌연 정신을 차리고 영우와 영진, 영일마저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 다음, 결혼을 강제로 진행한 아버지, 새어머니, 쌀가게 노인을 한꺼번에 독살한다.
한편, 수향이 대저택에 입성할 때부터 그를 지켜보며 수향의 행적을 뒤쫓고 있던 한 남자, 마사키는 정체를 숨긴 채 의도적으로 수향의 곁을 맴돈다. 수향을 살피던 중, 마사키는 수향과 영진, 영일, 영우가 살해한 부모들을 땅에 묻는 장면을 목격한다. 마사키는 이를 수향의 약점으로 삼아 본격적으로 그에게 접근한다. 수향은 존속살해의 비밀을 숨기는 조건으로 어쩔 수 없이 마사키를 나가스 저택 안에 들이는데……. 마사키가 나가스 저택에 들어온 이유는 무엇일까.
음산한 적산가옥을 무대로 한 여자와 ‘남편들’의 사랑과 파멸, 구원의 대서사극이 펼쳐진다.
음산하고 불길한 적산가옥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욕망, 파멸과 구원의 대서사극
한국의 ‘셜리 잭슨’을 꿈꾸는 신예 박소해가
장고 끝에 내놓은 첫 장편소설!
첫 단행본 『허즈번즈』를 통해 우리에게 첫인사를 건네는 박소해 작가는, 이미 미스터리·호러 장르에서는 필력을 인정받은 ‘준비된 신예’다. 박소해는 2021년 「꽃산담」으로 계간 《미스터리》 가을호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2023년 제주 4·3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단편소설 「해녀의 아들」로 제17회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을 수상했다. 『허즈번즈』는 집필 기간을 제하고도 자료 조사와 퇴고 과정에만 2년을 쏟아부은, 장고 끝에 내놓는 그의 첫 장편소설이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이라는 한국 근현대사의 가장 큰 상흔 속에서 탄생한 ‘수향’은 일견 평범한 듯 보이는 소녀지만, 단단한 내면으로 삶을 일으켜 세우며 시대의 비극 위에 자신의 욕망과 주체성을 선명하게 새겨넣는 인물이다. 『허즈번즈』의 첫 문장에서 수향은 “해방은 남자의 것이었다.”라고 선언한다. 1945년, 36년간의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찾아온 조국의 해방 속에서도 억압받는 여성의 삶은 이전과 크게 바뀌지 않았음을 체감하며 “해방은 단지 일본인의 자리를 조선인 남자가 차지한 것에 불과했다”라고 통찰한다. 수향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진정한 자신의 해방을 꿈꾸고 있다.
수향은 제주에 살던 어린 시절, 원인 모를 무병을 앓아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도 며칠간 신들린 듯이 ‘추는굿’을 치러내며 영적 존재(영감신)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영계와의 접속을 두려워하지 않는 심방(무당)이 된다. 외할머니를 여의고 낯선 경성으로 오게 된 수향은 자신의 영적 능력을 바탕으로 망령이 떠도는 나가스 저택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나간다. 비밀에 싸인 적산가옥이 자아내는 오컬트적인 요소가 일제강점기와 조국 해방, 뒤이은 6·25 전쟁이라는 거대 서사와 퍼즐 조각처럼 맞아떨어지는 순간 『허즈번즈』의 장르적·서사적 쾌감은 극대화된다.
수향은 분명 근현대사를 정면으로 통과하는 인물이지만 그의 삶과 의식은 지극히 능동적이고 현대적이며, 그는 자신이 품은 욕망에 대단히 충실하고 거침없이 파격적이다. 수향은 부모님이 주도한 사기극에 속아 한꺼번에 세쌍둥이와 결혼하게 되지만, 오히려 “새끼 개 세 마리를 한꺼번에 품는 어미 개처럼” 세 남자를 동시에 점령하고 거느리며 공평한 사랑을 베푼다. 세쌍둥이는 아버지인 쌀가게 노인의 압제 속에서 전쟁 징집을 피해 숨어 살며 제때 어른이 되지 못한 소년들이다. 그런 세쌍둥이가 수향을 통해 “우리를 지배하고 괴롭혔던 압제자들을 죽이되, 누구의 손으로 죽였는지는 우리조차 모르게 하자.”라고 다짐하고 마침내 존속살해의 비밀을 공유하며 공범이 된 순간, 이들은 한 차원 더 성장하며 어디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연인‘들’이자 가족으로 재탄생한다. 전형적인 가부장제의 원가족으로 상징되는 구시대의 틀을 산산이 깨부수고 새로운 애정과 관계의 형태로 만들어진 가족, 그리하여 수향과 ‘남편들’은 “이제 해방은 우리의 것이다.”라고 재차 선언하며 역사적 해방뿐만 아니라 삶의 해방, 자신의 온전한 해방에까지 나아간다.
“맹심허라. 진짜 용헌 심방은 따로 신당이 필요 어신다.
세상천지가 다 느 신당이라.”
독자를 신들린 굿판의 한가운데로 소환하는
‘준비된 신예’ 박소해 작가의 탄탄한 필력
박소해 작가는 ‘수향’이라는 인물과 『허즈번즈』의 배경을 더욱 선명하게 구축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는 자료 조사와 철저한 고증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소설 초반부에 등장하는 제주도의 전통 굿인 ‘추는굿’과 ‘서우제소리’의 묘사와 재현은 마치 독자를 굿판으로 직접 소환하는 것처럼 압도적으로 생생하며, 인물들이 구사하는 구성진 제주 방언은 섬세한 말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소설의 주무대인 경성 나가스가(家)의 대저택 묘사 역시 박소해 작가의 탄탄한 필력이 돋보인다. 동·서양의 문화가 혼재된 적산가옥, 장엄하면서도 기괴하고, 음습하면서도 관능적인 분위기를 지닌 나가스 저택은 마치 저택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제3의 등장인물처럼 존재감을 과시한다. ‘나가스 저택’이라는 매력적인 공간 속에서 인물들 간의 은밀한 욕망은 더욱 극대화된다. 부록으로 수록된 연표와 나가스 저택 배치도는 독서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 읽는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이제는…… 네가 나의 나라야.”
역사가 다 기록하지 못한 사그라진 청춘들
지나간 시대의 뒷장에서 발견한 오래된 편지
세쌍둥이 남편들과 수향이 가부장제 하의 원가족이라는 구습을 부수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가족 공동체를 만들어냈다면, 또 다른 ‘남편들’ 중 하나인 마사키는 수향과 역사도, 시대도 침범할 수 없는 관능적이고 격렬한 관계를 맺는다. 처음에는 목적을 가지고 나가스 저택에 들어오기 위해 수향 곁을 맴돌던 마사키는 우연히 세쌍둥이와의 정사를 치르는 수향을 목격한 이후 그동안의 금욕적인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욕망에 눈뜬다. 수향 역시 그런 마사키를 일부러 저택 안으로 들이며 그를 의식하는 모습을 보인다. 의사인 마사키는 수향이 세쌍둥이의 아이를 임신하자 헌신적으로 그녀를 돌본다. 수향 역시 아이를 잃는 슬픔을 겪으면서 마사키에게 점차 마음을 열어가고 자신의 진정한 사랑이 마사키였음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한편 6·25 참전 중 소련의 전투기에 격추당해 나가스 저택으로 피신 온 미 공군 대위 월터의 등장으로 ‘남편들’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감돈다. 그러나 세쌍둥이와 마사키, 월터는 나름의 우정과 연대감을 쌓으며 수향을 중심으로 한 또 다른 ‘남편들’의 공동체가 탄생한다.
그사이 수향은 자신이 마사키의 아이를 임신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수향은 마사키와 함께 정착하는 삶 대신,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삶을 택한다. 전에 없던 애정의 형태를 발견하고, 그 애정으로 이뤄진 공동체를 만들어내고, 생을 불태우는 격렬한 사랑의 힘으로 살아온 수향이지만 그 강렬한 사랑조차 수향을 이길 수 없다. 누구보다 강인한 사랑을 한, 그러나 사랑보다 더 강인한 여성인 수향은 아무도 내딛지 않은 길을 향해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그 길에 눈물이 함께할지라도, 눈물이 흐르면 길이 되기에.
기본정보
| ISBN | 9791193190463 |
|---|---|
| 쪽수 | 준비중 |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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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즈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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