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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토 세계의 출발점이 된 첫 에세이 재출간!

이옥토 사진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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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결을 선연하게 담아내는 시선의 기록자, 이옥토 세계의 출발점이 된 첫 에세이 “당신들의 안까지 사랑하고 싶어서 내내 겉을 안고 있습니다”
창백하고 서늘한 시선으로 존재가 지닌 여러 겹의 아름다움을 투시하듯 비추어온 사진작가 이옥토. 종이를 넘어 다양한 매체로 문체를 확장해온 그의 출발점이 된 첫 책을 출간 10주년 특별 에디션으로 다시 선보인다. 이번 개정판에는 초기 작업과 미공개 사진을 포함해 110컷 이상의 이미지가 수록되었으며, 그중 40여 컷을 새로 선별해 담았다. 20대에서 30대로, 굴절된 시간을 통과해온 작가는 이제 당시의 사랑을 보다 정확한 언어로 형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문장의 호흡과 결을 섬세하게 가다듬고 구성을 재편해 완성도를 높였으며, 무선에서 양장으로 형태를 바꿔 소장 가치를 더했다. 이 책은 이옥토 작가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선의 기록이자, 그가 채집해온 아름답고도 불완전한 사랑의 순간들에 대한 고백이다. 지금의 작가를 만든 생각과 오래도록 애정해온 대상들이 한 권 안에 고요히 응축되어 있다. 어디선가 이 책을 마주할 누군가가 자기 자신과의 불화 속에 오래 머물지 않기를 바라며, 작가는 투명한 감정을 글로 선연하게 붙잡아둔다. 이 책은 이옥토 작가의 내면세계를 가장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록으로, 밀도 높은 사진과 산문이 어우러져 천천히, 잔잔히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옥토

존재가 지닌 아름다움을 투시하며 섬세하게 포착해온 사진작가.
시울과 물집, 그리고 대상의 대상됨 이전에 집중해 작업해왔다. 사진과 영상을 주 매체로 활동하며, 종이를 벗어난 다양한 물성으로 작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저서로 《사랑하는 겉들》, 《처음 본 새를 만났을 때처럼》, 공저로 《당신의 눈부심을 발견할게》가 있다.

작가의 말

끝나고 나서야 사랑이었음을 알 수 있는 사랑이 있듯, 그 순간을 벗어나야 제대로 형용할 수 있는 순간이 있습니다. 넘치는 슬픔과 괴로움을 글이라는 댐 안으로 겨우 막아내던 시간을 지나, 지금의 저는 그 저수지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물은 어떤 색이며 안에는 어떤 조약돌이 있는지 이제는 잘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에 다시 알맞은 단어와 표현을 고르고 문장 구성을 단단히 여며 다시 이 책을 엮습니다. 슬픔을 머금은 눈은 눈물로 두터워져서 많은 상황이 굴절되어 보입니다. 그 왜곡을 고치는 것이 아닌, 정확한 스케치로 옮기는 것이 이번 복간 작업의 주된 목적이었습니다.

목차

  • 다시 펼치며
    사랑하는 겉들
    모이
    얌전한 병실
    빛나는 염려
    에필로그

책 속으로

슬픔에 끝이 있었나요? 누군가 제게 물었습니다. 저는 아니라고, 다만 사랑 또한 끝이 없어서 저를 어쩔 줄 모르게 만든다고 답했습니다. (…) 여러모로 삶은 참 부담스럽습니다. 제때 소화되는 일도 없고요. 거듭 멀미를 겪으며 이따금 정신을 차리면 어느새 훌쩍 낯선 곳에 도착해 있습니다. 여행보다는 숙취에 가까운 이 여정 속에서 우리가 책으로나마 잠시 손을 잡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제게 몹시 근사한 악수일 것입니다. -4~5쪽, 〈다시 펼치며〉 중

보이는 것들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이지 않게 한다. 겉이 속을 감추는 것처럼, 살이 뼈를 가리는 것처럼, 당신네 웃음 뒤로 숨기는 여러 마음처럼. 그래서 이 한밤중 내 눈에 또렷이 보이는 것이 있다. 별자리 같은 이름들, 여러 손깍지의 온기. 당장 내일도 꿈꾸지 못하면서 이렇게나 소중함에 마음이 저려 어쩔 줄을 모르고. 제대로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다만 네가 나 대신 울어주는 것, 그렇게 내가 팔을 뻗어 너의 뺨을 닦아주는 것. -12쪽, 〈사랑하는 겉들〉 중

그리워할 장소, 붙잡고 울 수 있는, 체취가 깃든 옷가지가 없을 때 사람은 자기 맨가슴을 쥐어뜯게 된다. (…) 어떤 형태의 이별이든, 사람이 붙잡고 울 수 있는 가슴을 만들어주고 싶다. 그것이 내가 사진이라는 매체로 그려낼 수 있는 작은 빛일 것이다. -28쪽, 〈사랑하는 겉들〉 중

마음과 몸을 이룰 수 있는 것들은 각자의 생김새만큼이나 제각각입니다. 제게는 장마, 겨울 바다, 새벽빛, 안개 등이 그렇고 걸음을 멈추게 되는 풍경이 그렇습니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뿐 아니라, 눈으로 보는 것, 귀로 듣는 것, 만지는 것, 또는 만져지는 것, 각종 향들, 어떤 기척과 느낌들 전부 마음과 몸을 이루는 모이입니다. -69쪽, 〈모이〉 중

앞으로 화면에 어떤 깊이를, 향을, 질감을 심어야 할까요. 알 수 없겠지요. 다만 아름다움에 가깝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 어떤 화면은 손을 담글 수 있을 정도의 깊이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언젠가 누군가는 몸 가누지 못할 정도로 빠지는 깊이를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물 아닌 것 중 제일 물 같은 것이 되고 싶습니다. 제 병실 한가득 물이 차면, 지나가는 소매 하나 적실 수 있을까요.
-107쪽, 〈얌전한 병실〉 중

태어난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제 몸을 찢기고 자라는 것이 살아 있는 것들의 본성이니, 사실 다치지 않고도 사람은 안팎으로 상처입니다. ‘다칠 상’에 ‘곳 처’, 상한 곳의 자리-그러니 사람이 머무는 ‘사람이라는 몸’은 그대로 상처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종종 사람을 찍는 일이 상처의 일기, 관찰록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상처들은 유난히 붉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게 꼭, 들여다보라고 소리치는 것 같고, 저는 내내 그 적신호에서 눈을 떼지 못해왔습니다. 아픔은 유독 저를 불러 세우는 소리입니다. 멈춰 선 곳에서 다시 자세히 들으려고 카메라를 듭니다. -146쪽, 〈얌전한 병실〉 중

빈 것들은 곧잘 찌그러집니다. 내 손바닥 한가득 그 이력이 손금으로 적혀 있습니다. 빈손으로 걷다 보면 이따금 그 금이 간 틈새로 내가 새어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내내 나를 흘리며 걸어왔는데, 이때 만난 또 다른 당신은 손이 무척 커서 내가 넘치지 않고 그 안에 맺히도록 도와줬습니다. 틈이자 깨진 금이라고 생각했던 자국이, 종이접기 자국처럼 느껴졌습니다. 무언가를 붙잡을 수 있는 형태로 접히기 위해 그어진 선처럼. 사랑은 어째서 단번에 슬픔을 뒤집을까요, 그 슬픔을 버리기보다 내부로 감싸안는 형태로. -172쪽, 〈빛나는 염려〉 중

기본정보

상품정보
ISBN 9791175910614
쪽수 232쪽
크기
138 * 220 * 20 mm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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