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이 좋은 걸 남자들만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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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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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이의진
2021년 1월 연합뉴스에 입사했다. 처음엔 국제부에서 일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상반기 스포츠부로 이동해 축구와 농구 등 몇 가지 종목을 중점적으로 취재했다. 여자축구와 얽힌 건 우연이라고 생각한다. 하여간 자주 얽히면서 뜻이 생겼다. 스포츠기자로서 종합 대회를 세 차례 경험했다. 2022년 전국체전,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4년에는 파리 올림픽 현장에 있었다. 이듬해 여름 사회부로 발령나 일단 스포츠에 대한 고민은 멈춰뒀다. 이후 법조기자로 반년간 특검 정국을 취재했고, 그다음 반년을 경찰 기자로서 보냈다. 어디서든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목차
- 프롤로그
이 야만적 즐거움을 누구나
1장. 여학생의 인생에는 축구가 없다
ㆍ 머리카락을 가르는 바람의 맛
남학생과 여학생의 인생
엄마 나 축구를 배워야겠어
이 좋은 걸 남자들만 했냐는 말의 뜻은
ㆍ 엄마 나 이걸 할래요
축구로 가득한 초등학생의 하루
이젠 피구 대신 축구였으면
여성들이 왜 축구를 해야 합니까
ㆍ 명서초엔 깍두기가 없다
여학생들이 슬리퍼 신고 공 차는 곳
필요한 건 축구하는 멋진 언니들
여자아이들만의 그라운드가 생긴다면
2장. 여자축구를 둘러싼 슬픔의 나선
ㆍ 캐디로의 피란 행렬
나쁜 직업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뭔가 달라질 줄 알았어요, 월드컵 우승인데
‘꿈과 희망’이 현실을 바꿀 수 있을까
ㆍ 낡은 자전거가 향하는 곳
여자축구를 포위한 세 가지 대비
가림막도 없고 알몸인데 자괴감 듭니다
끌려가는 존재냐, 바꾸는 존재냐
ㆍ 여자축구강도단
답답하면 니가 뛰어라, 답니뛰의 정신
육개장 냄새 속 홀로 북치는 마음
열정을 다 써버린 뒤에는
3장. 한국 여자축구는 우왕좌왕 갈팡질팡
ㆍ 여자축구연맹 연대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 언젠가요?
창녕WFC, 눈물겨운 생존기
리그 포기 소동이 보여준 민낯
ㆍ 애국가 크게 부르는 외국인
대표팀 감독을 경질하라니
비전 갖춘 선구자 vs 기회 날린 패장
갈등에 가려진 건 갈등 그 자체
ㆍ 이런 초콜릿 포장지 봤어?
호주를 매혹한 마틸다 효과
그들은 왜 누드모델을 자처했나
사회변화를 일으켜야 하는 겁니다
4장. 여자축구의 시작, 우린 쓸모없는 장식이 아니다
ㆍ 네티 허니볼이 있었다
1895년 여자축구의 장대한 시작
브리티시 레이디스FC의 짧은 생명 뒤엔
군수품 시대를 평정한 딕·커 레이디스FC
ㆍ 금지의 시대를 넘어서
여자축구의 역사를 뒤바꾼 잉글랜드축구협회
50년의 겨울을 버텨낸 여자축구의 역습
재미동포 구단주가 보증한 잠재력
ㆍ 왈가왈부·설왕설래 여자축구
여자축구는 어딜 지나고 있나
잊고 사는 즐거운 흥분에 대하여
스포츠는 모두에게 열려 있다
에필로그
믿음과 믿음을 이어서
책 속으로
무슨 뚱딴지같이 여자축구냐. 그냥 축구도 아니고 여자축구. 여자축구를 취재한다고 하니 지인들이 내비친 반응이었다. 그 말이 맞다. 겉만 보면 나는 여자축구와 거리가 좀 멀다. 우선 남자다. 여자들이 축구하는 기분을 당사자로서 알 수는 없다. 사실 축구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농구 마니아다. 스포츠 기자로 일하기 전에는 여자축구 경기를 본 적도 없다. 여자 선수들이 모여서 전문적으로 축구하는 리그 같은 게 있는지도 몰랐다. 지소연도 몰랐다. 이렇게 읊어놓으니 아무리 봐도 자격이라는 게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스포츠의 즐거움을 누릴 권리가 성별에 따라 차등적으로 배분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에 이르는 데 그 정도까지 빡빡한 기준은 필요 없는 듯하다. 그보다는 내가 이 사안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건 성장 환경이나 생애사적 조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여자축구에 대한 사회적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나름의 자격을 증명하기 위해 동생과의 일화를 언급해 보겠다. 이 일화가 한국 사회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메타포를 품고 있다고 믿는다는 것도 덧붙인다.
-7쪽
2학년 리아는 일주일에 두 번 체육 수업을 받게 됐는데, 담임교사가 체육 수업을 맡다 보니 대부분이 자유 시간이었다. 그날도 체육관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활동을 하는 수업이었다. 남학생 대부분이 공을 차는 동안 여학생들은 마음이 맞는 무리끼리 모여 놀거나 줄넘기를 했다. 그런데 엄마를 따라 축구 경기를 관전하거나 TV로 봤던 리아는 직접 공을 차 보고 싶었다. 공 하나를 가지고 구석으로 간 리아는 종종거리는 발걸음으로 드리블도 해 보고, 힘껏 슈팅도 해 봤다. 1학년 때도 같은 반이었던 친구는 리아의 모습이 신기했나 보다. 야. 네가 왜 축구를 하냐, 순진하게 물었다. 악의 없는 순진함에 얌전한 리아도 발끈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역사적인 ‘3월 선언’으로부터 8개월이 지나서 리아는 지역의 프로축구단이 운영하는 축구교실에 다닐 기회를 잡았다. 정말로 축구를 시작해 버린 리아를 바라보는 연경 씨의 마음은 그야말로 노심초사였다. “어, 여학생이 있네?” 운동장에서 리아를 지켜보면 다른 학부모가 놀라서 말하는 소리가 종종 들려왔다.
-25쪽
일반적으로 여자축구 지도자들은 새 부원을 구하기 위해 전국 각지를 방문하며 애를 태운다. 축구할 여자아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진희 씨는 선수 모집에 애를 먹지 않았다. 꼬박꼬박 축구부실 문을 두드리는 아이가 나타났다. 이 학교 여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가 축구이기 때문이었다.
축구를 좋아하는 명서초 아이들은 당장 선수가 되겠다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굳이 전문 선수로 등록해 운동부를 자처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래야 한국여자축구연맹이 여는 대회에서 전국의 상대들과 맞붙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축구 선수가 돼서 얼마를 벌고, 어떤 위세를 누리고, 이런 건 마음에 없다. 부모가 시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여가’ 활동에 더 몰입하려고 여자축구부에 들어오는 것이다. 열다섯 명 가운데 대부분이 2024년에 축구를 시작한 아이들이었다.
-51쪽
자정이 넘은 컴컴한 밤, 원정 경기를 마친 뒤 지친 심신으로 낡은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연희 씨의 여정을 상상해 본다. 끼익 소리를 내며 출발하는 자전거는 균형을 잡기 전까지 잠시 흔들린다. 하지만 살짝 전진하더니 곧 제 궤도에 올라 속도를 낸다. 그대로 밤바람을 맞아가며 머나먼 독일의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고된 몸을 누일 집이 나타난다. 이때의 연희 씨는 안정적으로 관리되던 한국 여자축구 시스템의 궤도를 처음으로 이탈한 돌연변이였다.
의지할 데 없이 쓸쓸하고 외로웠을 것이지만 후회는 없다고 한다. 오히려 연희 씨는 이 시절을 몹시 그리워했다. 타지에서 고된 독립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축구였다고 한다. 그라운드에서는 이방인이 아니었고, 외로움도 찾아오지 않았다. 언제나 관중이 함께했다. 누가 쓰던 자전거를 구해 훈련장을 오가야 할 정도의 시골 마을이지만 SC 07 바트 노이에나르는 연희 씨에게 많은 관중 앞에서 뛰는 기쁨을 선물해 줬다. 우리나라의 WK리그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환희였다.
-118쪽
팬이라는 말은 ‘fanatic’의 줄임말로, ‘헌신적인 봉사자’를 의미하는 라틴어 ‘fanaticus’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여자축구 팬들이야말로 이 정의에 가장 부합하는 이들이다. 인프라는 변변찮고, 산업 규모도 미미하다. 중요한 경기가 언제 열리는지 선수들에게 직접 물어봐야 한다. 남자축구와 다르게 경기 후기도 좀처럼 기사화되지 않는다. 선수들의 활약을 편집한 영상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도 사랑하고, 지지하는 팬들이 나온다. 일본에서 열린 현대제철과 우라와의 결승전에는 5천200명가량 관중이 입장했다. 이 중 현대제철을 응원한 한국 팬이 딱 한 명 있었다. 부실한 홍보에도 경기 정보를 입수하고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 우라와의 홈구장으로 향한 팬이 있었다. 현대제철은 5천 명이 넘는 홈팬들의 응원에 힘을 낸 우라와에 1-2로 졌다. 경기 후 주장 김혜리는 이렇게 말했다.
“일본에서 많은 준비를 해 주고 관중들이 와서 응원해 주셨는데, 한국에서는 우리가 경기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소수의 팬이 우리를 응원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김혜리의 생각처럼 정말 거기까지 가서 현대제철을 응원한 헌신적인 봉사자가 한 명은 있었다.
-183쪽
이런 설명대로라면 축구의 본질은 단순한 놀이다. 순수하게 그 시간만을 즐기는 시간이다. 우리의 일상을 뜯어보면 대부분 행동이 각종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 오염돼 있음을 알게 된다. 직장인이 일을 하는 이유는 생계를 위해서다. 상사에게 굽신거리고, 거래처 사람들에게 절절 매는 행동을 하는 이유도 돈을 벌기 위해서다. 학생이 공부를 하는 것도 일반적으로는 미래의 성공을 위한 투자로 해석된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공에 대한 부모의 욕망이 투사된 경우도 많다. 공부 자체를 즐기는 특이한 학생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 혹자는 스트레스 해소나 신체 건강과 같은 뚜렷한 목적을 갖고 축구나 농구와 같은 스포츠에 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라도 킥오프 휘슬이 울리고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자신이 경기 그 자체에 몰입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다른 생각은 들지 않는다.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건강이니 뭐니 축구를 하기로 했던 본래의 목적과는 전혀 다른 쪽으로 정신이 몰리게 된다. 축구 외의 다른 것들은 잠시 잊는다.
-220쪽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이들이 믿는 대로 세상이 바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이 믿음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파급력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꿈꾸는 세상은 단순히 여자축구 리그가 인기를 얻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여성들이 더 많이, 더 편하게, 더 자유롭게 축구를 접하고 즐기는 장면을 원한다. 이런 믿음과 믿음의 연쇄를 찬찬히 따라가 보면 그 끝에서 축구의 즐거움이 성별에 관계 없이 보편적으로 향유되는 스포츠의 이상을 만나게 된다. 우리가 거기에 다다를 수 있을까? 믿음과 현실 사이에는 언제나 벽이 있다. 그래서 이것도 모를 일이지만, 그렇게 되길 바랄 뿐이다. 이 야만적인 즐거움을 모두가 누릴 수 있기를. 휘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이 시원함이 인생의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231쪽
출판사 서평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머리카락을 가르는 바람의 맛
이 책에는 인상적인 표현 하나가 등장한다. “머리카락을 가르는 바람의 맛!” 축구를 사랑하게 된 어느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자신의 즐거움을 설명하기 위해 내놓은 말이다. 체육학을 가르치는 교수도, 국가대표 출신 레전드 선수도 답하지 못했던 바로 그 질문, “축구의 재미가 무엇인가요?”에 가장 정확하게 다가간 표현이 어린아이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남자아이들은 좀처럼 모르는 감각이라고 한다. 대개 머리카락이 짧기에 바람을 느낄 일이 없기 때문이다.
스포츠부 기자인 저자가 4년의 취재 끝에 도달한 결론이 이 한 줄에 압축되어 있다. 여자아이들도 축구를 좋아한다. 축구의 재미를 알면 빠져든다. 단지 그 재미에 도달할 통로가 너무 좁고, 너무 외롭고, 너무 우연에 기대 있을 뿐이다. 책에 등장하는 ‘현진이’는 어머니의 반대를 뚫고 오빠의 큰 축구화를 신고 나와 남자애들 틈에 끼어들던 소녀였다. 해림 씨는 대학에 들어가서야 직접 여자축구 동아리를 만들었다. 리아는 “여자가 무슨 축구야”라는 친구의 한마디에 발끈해 결심하고야 만다. 이 여성들의 공통점은 모두 ‘어렵게’ 축구에 도달했다는 사실이다. 남자아이들이 슬리퍼를 신고 복도에서 공을 차며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즐거움을, 여자아이들은 용기와 고집과 외로움을 감수해야만 손에 쥘 수 있다.
이의진 작가는 이 비대칭을 ‘정보 비대칭’이라고 말한다. 모두에게 똑같은 팔다리가 있고, 똑같이 즐거워질 수 있는 정신 구조가 있는데도 축구라는 즐거운 도구의 정보는 한쪽으로만 흐른다. 누군가는 손흥민을 보고 슈팅 연습을 하지만 누군가는 손흥민이 동경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떠올리지 못한다. 그래서 이 책은 흔하디 흔한 ‘스포츠 르포’가 아니다. 사회가 어떤 즐거움을 누구에게 허락하고, 누구에게 차단해 왔는지를 묻는 작업이다. 우리는 보통 차별을 거대한 사건으로 떠올리지만, 가장 깊은 차별은 어쩌면 “그게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왔다”는 무심한 결락 속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캐디로의 피란 행렬, 누구도 묻지 않았던 질문
작가는 여자축구 취재 도중 기묘한 패턴을 발견한다. 은퇴한 여자축구 선수의 상당수가 다음 행선지로 ‘캐디’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우연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어느 자리에 가도, 누구를 만나도 같은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어떤 연구자는 그 비율을 절반으로, 어떤 선수는 80퍼센트로 추산했다.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분명한 사실 하나는 남았다. 평생 축구를 갈고닦은 여성들이 축구장을 떠나 골프장 잔디 위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 같은 잔디지만 완전히 다른 세계로의 망명이다.
이러한 패턴은 한국 여자축구의 모순이 응축된 지점이다. 책에서 언급된 김성희는 아홉 번의 수술 끝에 축구화를 벗었다. 강수지는 국가대표까지 올랐지만, 동료가 유소년 아카데미에서 월 100만 원도 안 되는 임금을 받는 현실에 분개했다. 김혜리는 천막 아래에서 알몸으로 옷을 갈아입어야 했던 선수들의 자괴감을 차마 외면하지 못했다. 지소연은 미국과 영국 리그를 거치며 본 '당연한 것들'이 한국에는 없다는 사실에 화를 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마주한 것은 단순한 임금 격차나 시설 부족이 아니었다. 자신이 평생 해온 일이 사회로부터 어떤 가치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감각, 그 품위의 훼손이었다.
이 책은 거기서 한 발 더 들어간다. 왜 한국 여자축구는 이 상황을 스스로 바꾸지 못했는가. 행정 기관의 만성적 재정난, 엘리트 체육으로 회귀하려는 보수성, 변화를 추동할 리더의 부재,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만의 리그'에 안주해 온 폐쇄성. 저자는 이를 비난하지 않고, 그렇다고 변호하지도 않는다. 다만 한 명의 선수가 던진 질문을 그대로 옮긴다. “왜 우리 선배들은 이런 상황을 겪었는데도 목소리를 내지 않았나요?” 이 질문은 다시 후배들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변화는 누군가가 가져다주지 않는다. 호주의 마틸다 선수들이 누드 달력을 찍으면서까지 인지도를 만들어 냈고, 잉글랜드 선수들이 우승 다음 날 정부에 단체 서한을 보냈던 것처럼. 이 책은 한국 여자축구가 그 결정적 한 걸음을 언제, 누구의 손으로 내디딜 것인지 묻는다.
1895년 네티 허니볼에서부터 2026년 명서초등학교까지, 130년의 믿음
이 책의 가장 놀라운 점은 서사의 스케일이다. 창원 명서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시작해 1895년 런던 크라우치 엔드의 어느 잔디밭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1만 명의 관중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최초의 여자축구팀 ‘브리티시 레이디스 FC’가 있었고, 그 팀의 주장인 네티 허니볼은 이렇게 말했다. “여자가 남자들이 생각하는 쓸모없는 장식 같은 존재가 아니라는 걸 세상에 증명하겠다는 확고한 결의를 품고 시작한 일입니다.” 130년 전의 이 한마디는 이 책을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말이다.
저자는 먼 과거의 여자축구,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압도적이었던 여자축구의 인기를 서서히 복원한다. 1차 세계대전 시기 군수품 공장 여성 노동자들이 만든 딕·커 레이디스 FC는 1920년 한 경기에서 5만 3천 명의 관중을 모았다. K리그 역대 최다 관중을 뛰어넘는 숫자다. 그러나 1921년 잉글랜드축구협회는 단 한 줄의 결의안으로 이 모든 것을 멈춰 세웠다. “축구는 여성에게 적합하지 않으며, 장려되어서는 안 된다.” 그 50년의 강제된 침묵이 오늘날 여자축구가 따라잡아야 할 격차의 정체다. 저자는 이를 두고 단호하게 말한다. 현재의 시장성으로 여자축구의 잠재력을 재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역사가 왜곡되지 않았다면 이미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그리고 책은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호주 여자대표팀 '마틸다'의 누드 달력 사업, 1조 원 규모로 성장한 영국 WSL, 미국 여자축구에 427억 원을 기부한 재미동포 사업가 미셸 강. 동시에 책은 한국의 작은 운동장에 눈을 둔다. 구산중에서 열린 '킥키타카'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느 여학생이 미니게임을 마치고 옆에서 환호하는 남학생들을 보며 중얼거린다. “쟤넨 참 행복해 보이네요.” 작가는 이 한마디를 들으며 깨닫는다. 이 여학생은 이제 그 행복의 정체를 안다고. 그것이 130년 전 네티 허니볼이 시작한 작업의 가장 작고 가장 분명한 결실이다. 여자축구가 나아갈 방향은 어디일까. 남아프리카공화국 선수 마가이아의 말을 빌려 마지막 문장을 적는다. 믿음과 믿음을 이어 가는 일. 이 책은 그 연쇄의 한 매듭이다.
기본정보
| ISBN | 9791174576422 |
|---|---|
| 쪽수 | 준비중 |
| 크기 |
135 * 215
mm
|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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