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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아트스페이스 "나란한 얼굴展" 이벤트

이벤트 종료 이벤트 기간: 2023-03-17 ~ 2023-04-30

교보 아트 스페이스 | 나란한 얼굴展(전) | 우리는 지금, 타인의 얼굴을 마주하며 살고 있나요?

교보 아트 스페이스 | 나란한 얼굴展(전) | 우리는 지금, 타인의 얼굴을 마주하며 살고 있나요?

EVENT 소중한 사람의 얼굴을 그려주세요 <내가 그리는 얼굴 그림> | 참여 방법 : 필수 해시태그와 함께 그림 이미지를 다운 받아서 얼굴을 그린 후 개인SNS(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려주세요. (비공개 계정은 참여가 불가능합니다.) | 필수 해시태그 #교보아트스페이스#나란한얼굴#교보문고, 기간 : 2023.3.8 ~ 2023.4.30, 발표 : 2023.5.8 (개별 안내), 선물증정 : 굽네치킨 갈비천왕 + 1.25L 기프티콘(5명), 스타벅스 라떼T 기프티콘(30명)

얼굴 그림 다운로드

얼굴 그림

전시 참여 글 작가 7인 | 글 작가 7인의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 맺음

소설가 장강명 사회학자 김찬호 뮤지션 요조 시인 엄지용 수필가 김신지 작사가 김이나 소설가 구병모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일을 통해 사람들을 만난다. 소설가도 마찬가지다. 소설은 혼자 쓴다고 믿었는데, 소설 초고를 쓸 때만 그랬다. 그렇게 쓴 원고가 저절로 종이에 찍히고 제본되어 서점으로 날아가지 않으므로, 편집자, 북디자이너, 마케터, 서점 관계자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해야 한다. 거기에 더해 프리랜서 작가로 밥벌이를 하다 보면 다른 작가들을 만나게 되고, 번역가와 상의할 일도 있고, 독자 앞에서 강연을 하게 되기도 하고, 영화 관계자나 방송계 인사들과 협상할 일도 생긴다.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의 대략 절반은 '사람 스트레스'아닐까. 내성적인 성격이라 친하지 않은 상대를 만나면 에너지를 잃고, 뭔가를 강하게 주장하지도 못하고, 내가 뭔가 손해를 봤다는 생각이 들면 억울해서 집에 돌아와 혼자 씩씩거렸다. 오프라인 만남보다는 전화가, 전화보다는 매일이 더 편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내게 팬데믹은 다른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되는 변명거리가 되어주었다. 그 변명거리를 은근히 즐겼음도 부인하지 못하겠다. 이제 다시 내 얼굴을 드러내고 다른 이의 얼굴을 마주보아야 하는 날이 왔다. 어른스러운 관계 맺기에 능숙해지고싶다.

I see you. 영화 '아바타 2'를 통해 널리 알려진 인사말이다. 상대를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환대가 이뤄질 수 있다. 우리는 눈을 맞추며 상대방을 기꺼이 맞아들인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생활화되면서 사람을 외면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코로나 3년의 거리 두기를 통해 단절은 더욱 깊어졌다. 몸으로 함께 있어도 각자의 온라인 세계에 갇혀 있어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끼기 일쑤다. 정보의 폭주 속에서 수많은 갈래로 흐트러지는 주의력, 무심코 타인을 홀대하는 습관이 달라질 수 있을까. 조급한 시선을 잠시 내려놓았으면 좋겠다. 마음의 속도를 늦추고 싶다. 너와 내가 온전하게 연결되어 빚어질 우리의 시공간이 궁금하다. 서로를 깊이 경청하는 가운데 펼쳐지는 공공의 마당에서 시민들은 공통 감각(코먼 센스)을 회복 내지 창조할 수 있다. 혐오와 적대의 기운을 가라앉히고 인간의 존엄을 세울 수 있다. 현실을 정직하게 대면하면서도 다른 세계를 실현할 수 있는 용기. 더 높은 존재를 향하여 더불어 성장하는 기쁨. 엔데믹 시대를 건너가는 사회적 면역력은 거기에서 자라난다.

강아지와 고양이, 아이들과 활짝 핀 꽃,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과 몸... 이런 것들을 떠올릴 때의 공통점은 너무 귀엽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워서 저절로 손이 그들에게 향하는 것일 테다. 어떤 대상에 접촉하고 싶은 욕구, 만지고 싶은 욕망은 결국 좋아하는 마음과 별개로 볼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만지고 싶은 기분이 든다는 것은 더더욱 소중하다. 왜냐하면 어떻게 살고 싶은가,라고 자문해 볼 때의 바람직한 대답 중 하나는 '좋아하는 기분을 최대한 많이 느끼면서'일 것이기 때문이다. 어딜 둘러봐도 속상하고 힘들고 화나고 징그러운 것이 넘쳐서 노상 몸을 움츠린 채 피하고 밀어내기 위해 손을 사용하는 것보다, 만지고 싶은 것이 넘치는 세상 속에서 그것을 만지기 위해 손을 사용하는 것이 아무래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만지는 일에는 그만큼 엄격하고 세심한 학습이 필요하다. 이는 책을 통해서 조심스럽게 배울 수 있다.

보고 싶은 건 늘 얼굴이었다. 손도, 발도 아닌 하필의 얼굴이었다. 숨기기 쉬운 마음이 그나마 드러나는 곳이 얼굴이었기 때문일까. 그럼 보고 싶었던 건 늘 마음이었던 걸까. 고양이는 꼬리로 ㅁ음을 드러낸다는 말에 그의 꼬리가 부러웠던 적이 있다. 고양이는 꼬리를 숨기는 법을 모르고, 우리는 얼굴을 숨기는 법을 너무 잘 알고 있어 슬펐다. 엉덩이에 고작 남아있는 꼬리뼈를 움직이는 법은 알지 못하고, 얼굴 표정을 숨기는 법은 배우지 않아도 절로 터득한다. 그래서 숨기지 않은 얼굴들이 그렇게나 반갑고, 그렇게나 보고 싶었다. 보고 싶은 건 늘 '나를 바라보는' 얼굴이었다. 보고 싶은 얼굴들을 떠올릴 때마다 그 얼굴들은 늘 나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으로 떠올랐다. 보고 싶다는 마음은 사실 나를 바라봐 달라는 마음에 닿아있다. 앞으론 보고 싶은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그 앞에 나를 세워두기로 했다. 겨울이 끝나간다. 꽤 오래 얼굴을 덮어두었던 마스크를 이제 벗어도 된다고 아나운서가 말한다. 보고 싶었던 얼굴들이 하나둘 또 떠오르지만 진짜로 단지 '보고만' 싶었던 것은 아님을 이제는 안다. 우리는 여전히 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 안에 나란한 얼굴들을 생각하며.

쉬운 미움보다 어려운 사랑을.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살기 위해 이런 문장들을 조약돌처럼 주웠다. 이를테면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교수가 모교 졸업식에서 축사로 전한 말.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친절하시길, 그리고 그 친절을 먼 미래의 우리에게 잘 전달해 주길 바랍니다.' 친절과 다정이라니. 냉소가 현실감각인줄 알던 시절엔 순진한 가치처럼 들렸던 말이다. 하지만 그 말들이 저물녘의 길게 뻗은 햇빛처럼 마음을 비출 때, 그래서 마음이 서서히 데워질 때, 더 이상 사는 일이 허무하지도 두렵지도 않았다. 이 온기를 더 오래 가게 하려면, 무얼 해야 하는지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다정과 무시 중에 다정하길 선택하면 된다. 책에도 쓴 말, '내가 보고 싶은 그 세상을 먼저 살아내면 된다.' 쉬운 미움보다 어려운 사랑을, 고단하고 번거로운 다정을 선택하는 이들이 좋다. 피로한 낯빛을 지우며 활기차게 인사를 건네는 버스 기사처럼. 뒤에 오는 유아차를 보고 출입문을 오래잡고 서 있는 손길처럼. 살면서 배워야할 것들은 이미 다 배웠는지 모른다. 다정을 실천하는 일만이 우리의 숙제가 되기를. 다정해야 한다.

삶의 순간들을 돌이켜 보면 소중하고 좋았던 기억들은 더 선명해지는 반면 상처받고 아팠던 순간들은 다행히도 흐릿하게 사라진다. 당시에는 그 통증이 빛의 속도로 파고들어 이 시간을 이겨내고 다시금 살아갈 힘이 생길까 싶지만 시간이 우리에게 주는 배려의 크기는 생각보다 커서 다시 만남을 갖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가족이 아닌 다음에야 우리는 내 인생 전체 중 찰나의 순간만을 누군가와 공유한다. 그 인생 찰나의 순간순간마다 맺어진 관계들과 모두 아름다울 수는 없겠지만 그 때의 나의 얼굴과 표정과 말들의 기억이 따뜻했으면 한다. 켜켜이 쌓인 만남들의 횟수만큼 우리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봐 주는 이들이 잇기에 우리는 성장해 나갈 수 있다. 내 인생의 길을 바로 옆에서 혹은 그 주변에서 함께 걸어가 주는 이들로부터 어떤 기억이 만들어지던 두려움을 갖지 말자. 아픈 기억은 흐릿하게 해주는 시간의 배려를 믿고 나와 동행해 주는 이들에게 내 마음을 더 나누고 그 마음의 크기만큼 성장한, 또 오늘 하루 이길 바란다.

우리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지 혹은 나란히 서서 같은 곳을 응시하는지. 낡고 삭아 떨어져가는 표지판에 적힌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안내문을 소리 내어 읽다가 문득 드는 생각, 언젠가의 해금과 함께 그 문을 연다고 해서 문 너머에 있는 사람과 아무런 제약도 조건도 없이 곧바로 닿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기란 어려울 테고, 중요한 것은 우리 사이에 있는 벽이 얼마나 투명한지 혹은 얼마나 높고 두꺼운지 같은 것이 아니며, 우리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지 혹은 나란히 서서 같은 곳을 응시하는지, 그렇지 않으면 저마다 어긋난 시선으로 딴전을 부리는지가 문제일 텐데, 나의 목소리가 건너편에 제대로 도착하는지, 너의 귀에 다다르기 전에 부서져 사라지는지, 그보다는 사람의 말이 3중 필터 마스크 속의 웅얼거림 내지 소음으로만 들릴 뿐인지, 너의 얼굴을 본다고 해서 그것이 정말로 너를 보는 것인지도 알 수 없고, 이제는 보는 것과 보지 않는 것이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구별되지 않기에 이르렀어도, '금지'를 시작으로 녹슨 표지판의 모든 글자가 풍화되어 살아남는 글자가 '출입'뿐이라는 사실에, 사람은 우선 안도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니 드나들기로.

K Y O B O A R T S P A C E

전시 참여 회화 작가 2인 : 고등어, 유현경 (화가)

고등어 「Pale moon sister2」 116.8x91cm acrylic on canvas 2021

고등어 「love, love」 10.5x15cm acrylic, medium canvas 2022

고등어 「my, boy」 10.5x15cm acrylic, medium canvas 2022

유현경 「니콜 벨라스케스, 루카스 크리스티안 프로엘스」 73x73cm oil on canvas 2022

유현경 「안드레아스 2 Andreas 2」 65x47cm oil on canvas 2022

유현경 「로레나 할빅 2 Lorena Halbig 2」 45.5x275cm oil on canvas 2022

유현경 「로레나 할빅 2 Lorena Halbig 2」 45.5x275cm oil on canvas 2022

나란한 얼굴의 자세한 전시 이야기는 교보아트스페이스에서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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