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달의 여름방학 기록 - 안녕달 작가전
안녕달 작가전
Q. 작가님께 어린 시절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아 있는 여름방학의 장면이 있나요?
그 기억이 작품 속에도 스며들어 있을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어릴 때 기억이 별로 안 나요.
어린 시절 여름방학은 방학 마지막 날에 밀린 일기를 쓰고, 졸린데도 밤늦게까지 숙제한 기억만 남아 있어요. 오히려 대학을 졸업하고 반백수로 지낸 여름이 더 기억에 남아요. 그 기억이 오히려 제 작업에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어요.
그때 저는 여름휴가를 갈 돈이 없었고, 집이 굉장히 오래된 건물 꼭대기 층이라 집 안이 너무 더웠어요. 집에 욕조가 없어서 커다란 대야를 하나 사 놨었는데, 기분이 나면 방 한가운데에 찬물을 채운 대야를 놓고 첨벙거리며 나름 시원한 여름을 보냈어요.
그 시원한 느낌이 『할머니의 여름휴가』에서 할머니가 바다에서 돌아와 대야에 몸을 씻는 장면으로 나온 게 아닐까 싶어요.
Q. 『할머니의 여름휴가』 이야기를 읽다 보면 '휴가'보다 '누군가를 쉬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 오래 남습니다.
작가님이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할머니의 여름휴가』 이야기를 처음 짤 때, 평범해 보이는 할머니에게 특별한 능력 또는 특별한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주 사소하지만 좋은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할머니가 너무 멀어서 못 가는 바닷가에 가면 좋을 것 같았어요. 저희 할머니는 여행을 많이 가 본 세대가 아니었어요. 온종일 일하고 저녁에 텔레비전을 보며 쉬는 게 전부였던 것 같아요.
할머니가 화면에서만 보던 에메랄드빛 바다에 가서 발도 담그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느끼면 좋을 것 같아서 그 마음을 담아 이야기를 만들었어요.
Q. 어느덧 독자들과 함께한 시간이 10년이 되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할머니의 여름휴가』가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예요.
어느 독자분이 메일을 보내 주신 적이 있는데요. 자신의 할머니에 대해 이야기하셨어요.
할머니가 요양원에 계신다고 하시면서, 이 책을 읽고 할머니를 보러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쓰셨어요. 요양원 생활 중에 오랜만에 손주가 찾아와 기뻐하실 할머니의 웃는 얼굴이 떠올라서 저까지 뭉클해지는 메일이었어요.
그림책을 만드는 건 좋아하는 일이지만, 그래도 제가 잘하고 있는 건지, 이대로 괜찮은지 모르겠다는 마음이 들 때가 있어요.
계속 책을 내 주셨으면 좋겠다고 해 주시는 분들의 말씀을 들으면 큰 힘이 돼요.
Q. 마지막으로, 이번 여름 『할머니의 여름휴가』 리커버판을 만나는 어린이들이 이 책과 함께 어떤 여름의 기억을 만들어 가기를 바라시나요?
책 속 할머니는 어린 손자가 준 소라를 통해 바다 여행을 가요.
어린아이가 얼마나 할머니의 마음을 헤아린 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아이는 자신이 바다에 가는 것이 재미있었으니까, 할머니도 바다에 갔으면 좋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소라를 선물해요. 그 소라 덕분에 할머니도 즐거운 여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런 점에서 저는 『할머니의 여름휴가』가 시원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이 책을 읽은 아이들도 그런 따뜻한 마음으로 자기만의 시원한 여름 기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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