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X 그림책협회 - 더미데이, 그림책이 되는 날
더미데이 그림책이 되는 날
수많은 더미 가운데 《여기저기》를 책으로 만들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걸어도 괜찮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어요. 늘 목표를 향해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말이었죠. 특히 주제를 아이의 시선으로 풀어낸 방식이 좋았습니다. 어디로 가는지 알려주지 않는 엄마를 따라가던 아이가 소리와 길을 따라 여기저기를 누비며 즐거움을 발견하거든요. 더미의 마지막 문장, ‘꿈과 미래, 그 목적지를 향하느라 현재를 놓치고 있지는 않나요?’도 오래 남았습니다. 출간 과정에서는 아이가 엄마를 이끄는 장면을 더해 그 변화를 살렸어요. 작가가 전하려던 마음을 더 또렷하게 보여주는 책으로 함께 완성하고 싶었습니다.
《언제나 여기 있어》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산’은 어떻게 그리셨나요?
잎이 모여 나무가 되고, 나무가 모여 숲과 산이 되는 모습을 종이 위에 담고 싶었어요. 긴 종이에 스케치하고, 투명 시트를 나무 모양으로 오리고 직접 만든 물감을 거듭 뿌렸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얇은 마카로 점을 하나씩 찍어 채웠고요. 균일한 표현보다 물감이 우연히 만드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이야기에 더 잘 어울렸어요. 숲은 초록으로, 도시는 연필과 색연필의 무채색으로 그려 두 풍경을 대비시켰습니다. 그림을 그린다기보다 작은 것들을 하나씩 쌓아 풍경을 만드는 작업이었죠. 독자들도 책을 펼치며 마음속 자기만의 풍경을 떠올리면 좋겠습니다.
편집자로서 《마늘꽃》 더미와 함께 가져온 기록에서 무엇을 발견하셨나요?
작가님은 더미뿐 아니라 마늘을 심고 돌보며 꽃을 피운 2년의 기록도 가져오셨어요. 한 권의 그림책을 위해 성실하게 관찰하고 연구한 시간이 느껴져 감동했습니다. 마트에 가는 대신 꽃을 피워 바람과 춤추고 싶어 하는 마늘의 꿈은,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었던 작가님의 꿈과도 닮아 보였어요. 저는 이야기의 씨앗과 작가의 성실함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책을 출간한다면 아카이빙 사진전을 꼭 열겠다고 마음먹었죠. 독자들이 완성된 그림책뿐 아니라 그 뒤에 쌓인 시간도 만날 수 있기를 바랐어요. 한 권의 책을 품어온 과정이 하나의 이야기였습니다.
《알이 깨어났어요》는 더미에서 출간본이 되기까지 어떤 변화를 거쳤나요?
『아기들이 태어났어요』, 『알을 잃어버렸어요』, 『알이 깨어났어요』. 제목을 나란히 놓으면 이야기의 시선이 달라짐을 알게 됩니다. 탄생을 알리던 제목이 알을 잃은 이들의 다급함을 거쳐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깨어나는 아기들을 향합니다. 제목을 고치는 일은 책을 다시 읽는 일이었습니다. 어린이 감수단도 함께했습니다. ‘거북이 급히 알을 품었어요’를 읽고, 거북이라면 천천히 조용히 알을 품었을 것 같다고 말했죠. 그 말로 ‘급히’는 ‘조용히’가 되었습니다. 한 단어가 장면의 분위기를 바꾸었고, 어린이의 섬세한 시선이 이야기에 다정한 숨결을 더했습니다.
《빵마을 초대장》 출간 뒤, 어린이 독자들과는 어떤 즐거운 일을 함께했나요?
출간 직후에 만난 어린이들은 책의 매력으로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빵 그림을 이구동성으로 꼽았어요. 지난 5월에는 ‘나만의 빵 키링 만들기’를 진행했습니다. 책 속 그림처럼 귀여운 빵과 디저트를 클레이로 직접 만드는 책놀이였죠. 변보라 작가님은 어린이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진행했어요. 아이들은 빵마을 세계에 푹 빠진 듯 집중했고, 만든 키링을 가방에 달아보는 어린이도 있었답니다. 직접 보고 만지면 더욱 즐거운 책이기에 작가와의 만남과 책놀이를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에요. 빵마을처럼 판타지로 들어가는 다른 이야기도 작가님과 논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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