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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무대 뒤, 오케스트라 악보를 둘러싼 세계

『악보가 말하지 않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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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어떤 작품은 악보 결정 과정이 전쟁에 가깝다” 베토벤, 브루크너, 말러, 쇼스타코비치, 진은숙, SM클래식스까지 서울시향 악보위원 김보람이 전하는 악보에 얽힌 수많은 선택과 논쟁의 기록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수천 회의 오케스트라 공연을 위해 악보를 준비해온 악보위원 김보람이 클래식 무대 뒤편에 숨겨진 낯설고 새로운 세계를 책으로 펴냈다. 한국에서 악보의 역사와 판본, 출판과 저작권, 공연 현장의 실무까지 폭넓게 다룬 책은 처음이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작품의 에디션을 고르고, 악보의 오류를 바로잡고, 지휘자의 해석을 파트보에 옮기며 연주자가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의 호흡까지 계산하는 사람이 바로 악보위원이다. 관객의 눈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는 모든 소리는 악보위원의 손끝에서 시작된다. 정명훈 지휘자와 진은숙 작곡가를 비롯해 서울시향 부악장 웨인 린, SM클래식스 전 대표 문정재,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악보위원 기욤 마선 등 음악가들이 한목소리로 추천한 이 책은 “오케스트라의 음악은 악보위원의 능력만큼 완성된다”라는 정명훈 음악감독의 말처럼 악보위원의 치밀한 준비와 보이지 않는 노력이 어떻게 오케스트라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보람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하는 악보는 김보람의 손을 거친다. 음표가 소리로 태어나기 전, 악보의 질서와 문법을 점검하는 서울시향 악보전문위원이다. 공연에 가장 적합한 악보를 선택하는 일부터 그 악보를 보면대에 올려놓기까지, 모든 과정이 오케스트라 음악의 품질을 결정한다는 믿음으로 20년 넘게 일해왔다.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와 플루트를 연주했으며,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에서 트롬본을 전공하며 오케스트라 활동을 경험했다. 2005년 서울시향이 재단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할 당시 악보실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해, 2007년 악보 전문위원으로 정식 입단한 뒤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RPhO)와 일본 효고아트센터에서 악보위원 연수를 받았다.
세계적인 지휘자와 협연자, 탁월한 기량을 지닌 단원들과 수천 회의 공연을 함께하며 전문성을 쌓을 수 있었기에 서울시향이 나를 키웠다는 생각을 한다. 정성껏 준비한 악보에 지휘자의 철학과 연주자들의 기량이 더해져 생명력을 얻고, 마침내 소리로 울리는 순간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공연장 안의 모든 사람과 음악의 감동을 나누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다. 서울시향 입사 최종 면접 당시 정명훈 음악감독님의 질문은 지금까지도 업무의 이정표가 되고 있다.
“나는 서울시향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만들 건데, 악보 전문위원으로서 나를 어떻게 도울 수 있겠어요?”

목차

  • 프롤로그 악보 속 음표를 깨우는 사람들

    1장 보이지 않는 소리의 질서
    거장이 내준 숙제
    악보위원의 역사와 우리나라의 악보위원
    무대 뒤의 음악가, 악보위원의 실무
    보이지 않는 헌신
    베토벤과 쇼스타코비치, 악보에 숨은 이야기
    말러 〈교향곡 6번〉, 2·3악장 순서 논쟁과 세 번의 망치
    브루크너와 슈베르트, 악보의 미로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음악보다 복잡한 저작권의 세계
    전 세계 악보위원은 서로 돕는다
    작곡가는 죽었어도 출판사는 살아 있다
    왜 악보를 팔지 않고 임대할까?
    현대음악, 연주할 때마다 달라지는 악보
    오케스트라 악보는 '읽기 쉽게, 충분히 크게’

    2장 악보가 말하지 않는 소리를 찾아서
    파트보 연구하기
    바이올린, 보잉 기호가 빚어내는 새로운 소리
    포르테부터 글리산도까지, 더 극적이고 섬세하게
    한 명 한 명 모두 솔리스트, 관악기의 세계
    '두 번째 지휘자' 타악기의 세계
    '스카를라티 신포니아', 바로크 악보의 빈 공간 채우기
    돼지본드에서 피날레 프로그램까지, 악보에 남은 흔적들

    3장 악보에서 깨어난 소리
    악보에서 깨어난 소리
    말러 〈교향곡 1번〉 실황 녹음을 준비하며
    그 많은 마이크는 어디로 연결되어 있을까
    빗속에서 찾은 말러
    말러 교향곡과 울린 〈벚꽃엔딩〉
    매일이 시험 같았던 현대음악 유격훈련, '아르스 노바'
    "SM 악보가 말러보다 어려워!" SM클래식스와의 협업
    정명훈, 소리를 위하여
    얍 판 츠베덴, 강렬한 소리를 떠받치는 치밀한 설계
    김선욱과 손열음, 조성진 그리고 정경화 악보로 마주한 음악가들
    야외 공연은 항상 궂은날이 예정돼 있지
    2025년 미국 투어를 준비하며
    연주자의 꿈의 공간, 카네기홀 공연을 준비하며
    소리를 위해 마지막까지 분주한 손길들
    카네기홀을 흔든 서울시향의 울림
    인터미션 없는 숨 막히는 투어 일정
    "나 오늘 프로그램 몰라. 보람이 올려준 악보 보고 하는 거지"
    폭풍 속을 달린 하루
    에필로그 이제서야 들리는 소리

    참고문헌

추천사

  • 음악가들이 무대에서 빛날 수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음악을 지켜주는 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소중한 음악의 동반자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 작곡가로서 하나의 악보가 온전한 음악으로 세상에 나오기까지, 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묵묵히 도움을 주는 악보위원의 존재는 언제나 고맙고 든든합니다. 이 책의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지난 2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서울시향과 함께 호흡해온 저자의 헌신과 열정에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그 긴 세월 동안 무대 뒤에서 거장들과 함께 쌓아 올린 모든 경험과 지혜가 이 한 권의 책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악보’라는 무대 뒤의 치열한 과정을 알게 되기를 바라며, 하나의 음악을 완벽하게 살려내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쏟아부은 악보위원의 모든 노력과 가치에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 악보위원은 오케스트라 연주를 뒷받침하는 복잡한 생태계 안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깊이 있는 음악적 지식과 저작권에 대한 이해를 겸비한 이들은, 출판사와 연주자 모두와 소통하며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조언과 전문성을 제공합니다.
    이 책은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악보위원의 세계에 대한 통찰을 나누어준다는 점에서 매우 반가운 책입니다. 김보람 위원이 쌓아온 폭넓은 경험이 담긴 이 책은 독자들에게 매력적이고 유익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 오케스트라가 리허설과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기까지, 무대 뒤에서는 수많은 일들이 조용히 이루어지지만 대부분 주목받지 못한 채 당연하게 여겨지곤 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업무 중 하나가 바로 연주자들을 위한 악보를 준비하는 일입니다. 서울시향에서 함께한 시간 동안, 김보람이라는 탁월한 악보위원을 만나게 된 것은 진정한 축복이었습니다. 그녀는 오케스트라의 천사 같은 존재로, 단원 모두에게 한결같은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그녀의 뛰어난 전문성뿐만이 아니라, 어떠한 업무도 늘 따뜻하고 진심 어린 미소로 임하기 때문입니다.
    악장으로서 저는 보잉 수정이나 페이지 넘김 조절 등 까다로운 요청을 들고 자주 보람 위원을 찾아가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언제나 기쁜 마음으로 흔쾌히 도와줍니다. 매주 변함없이 발휘되는 그녀의 헌신은 오케스트라의 성공에 없어서는 안 될 원동력이며, 이에 대해 마음 깊이 경의와 감사를 표합니다.

  • 좋은 음악은 장르를 넘어 사람들의 마음에 닿는 힘이 있습니다. K-팝과 클래식이 함께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도 역시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여정이었습니다. 서울시향과 함께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치열한 고민과 끊임없는 협업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여정 속에서 김보람 위원님은 언제나 든든한 동반자이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어주었습니다. 음악이 가장 좋은 모습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묵묵히 중심을 지키는 악보위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함께 작업하며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대 뒤에서 클래식의 오늘과 내일을 위해 애써온 김보람 위원님의 경험과 이야기가 새로운 시선과 공감을 전해주리라 믿습니다. 클래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궁금한 모든 분들께 이 책을 기쁜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 저는 얍 판 츠베덴을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습니다. 그가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의 악장이자 막 지휘를 시작하던 시절부터였습니다. 저는 2년 전 얍에게 김보람에 대해 이야기하며 서울시향에 이토록 훌륭한 악보위원이 함께하고 있으니 당신은 정말 큰 행운아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30년 넘게 오케스트라 악보위원으로 일한 후 현재는 은퇴한 몸입니다. 그렇기에 김보람의 이야기가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김보람을 처음 만났을 때 저는 그녀가 사람으로서도, 음악가로서도 탁월한 오케스트라 악보위원의 자질을 갖추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만난 후 저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했습니다. 저는 보람이 정말 자랑스럽고, 그녀 스스로도 마땅히 자신을 자랑스러워해야 합니다. 해냈습니다!

    “어떤 이들은 어둠 속에 있고
    어떤 이들은 빛 속에 있다.
    빛 속에 있는 이들은 보이지만
    어둠 속에 있는 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서푼짜리 오페라(Die Dreigroschenoper)』 중에서

    이 구절은 오케스트라 악보위원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냅니다. 항상 막 뒤에서, 조명을 받지 못하는 자리에서의 삶. 오케스트라 악보위원이란 정말 고된 직업입니다. 악보를 관리하는 일에 늘 철두철미해야 하는 동시에, 대부분의 시간을 쉼 없이 밀려드는 업무 압박 속에서 버텨내야 합니다.
    김보람은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악보위원 중 한 사람입니다. 그녀는 지휘자와 솔리스트, 연주자들의 일상과 삶 그리고 무대 뒤에서 이루어지는 자신의 소중한 작업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하나의 곡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어떤 치열한 준비를 하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음악가는 물론 학생,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추천합니다.

  • 보람과 저는 수년간 따뜻한 동료이자 든든한 협력자로 인연을 이어왔습니다. 파리와 서울은 9,000킬로미터라는 먼 거리로 떨어져 있지만, 우리는 늘 즐거운 마음으로 악보를 공유하고, 지휘자들의 해석에 관한 깊이 있는 정보를 나누어 왔습니다.
    이 책은 오케스트라 악보위원이라는 경이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줍니다. 열정적이고 통찰력 있는 보람이 직접 써내려간 이 기록을 통해, 독자들은 무대 뒤의 숨은 주역인 악보위원이 오케스트라 안에서 얼마나 아름답고도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지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책 속으로

하늘 아래 같은 음악은 없다. 연주는 기록이 아니라 순간이기 때문이다. 같은 곡을 같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연주해도 결과는 매번 다르다. 나는 리허설 과정을 곁에서 함께하며 기회가 닿을 때마다 객석으로 가 연주하는 순간을 지켜본다. 지휘자의 감정과 해석이 그날의 악단 분위기와 리허설 흐름, 관객의 숨결, 무대의 잔향, 심지어 옷차림이 가벼운 여름과 두꺼운 옷을 입는 겨울의 음향 차이처럼 미세한 것으로도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악보위원이 어떤 악보를 준비하느냐에 따라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음악의 완성도 또한 크게 달라진다.
- ‘거장이 내준 숙제’ 중에서

콘서트홀 보면대 위에 오른 악보는 한 장 한 장, 예외 없이 악보위원의 검수를 거친다. 정확한 악보가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연주자 앞에 놓이도록 하는 일, 그것이 바로 나의 임무다. 오케스트라에는 같은 곡을 연주해도 공연의 특성에 따라, 또 음악감독의 음악적 성향에 따라 각기 다른 악보가 필요하다. 대규모 편성의 경우 지휘자가 보는 총보부터 1바이올린, 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의 현악기 파트보, 모두가 솔리스트인 관악기, 타악기의 파트보까지 합하면 한 공연에 필요한 악보 폴더는 단원 수와 동일하여 약 60~70권에 이른다(현악 파트는 두 명이 하나의 악보를 공유한다).
- ‘악보위원의 역사와 우리나라의 악보위원’ 중에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소속 악보위원 로버트 서덜랜드의 인터뷰에 따르면 해외 오페라 업계에 “모든 성악가는 지금 아프거나, 아플 예정이거나, 회복 중이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나 또한 인터뷰를 읽고 ‘세계 어느 오케스트라든 다 똑같구나.’ 하고 웃었다.
워싱턴 내셔널 오페라단의 에피소드인데 드레스 리허설(최종 연습)과 본 공연 사이, 그 짧은 틈에 한 성악가가 아파서 못 하겠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다행히 다른 성악가가 대타로 나서기로 했지만, 문제는 ‘조(Key)’였다. 원래 준비된 악보와 대타 성악가가 부를 수 있는 조가 완전히 달랐던 것이다.
- ‘보이지 않는 헌신’ 중에서

어떤 작품은 악보 결정 과정이 거의 전쟁에 가깝다. 어느 에디션을 쓸 것인지, 악장 순서는 어떻게 둘 것인지, 제목은 하나지만 선택지가 갈리는 곡들이 있다. 구스타프 말러와 안톤 브루크너의 곡이 그렇다. 한국에는 ‘말러리안’과 ‘브루크네리안’이라고 불리는 열정적인 팬들이 있는 작곡가들로, 나 또한 그들의 팬이지만 악보를 준비하려면 긴장되는 이름들이다.
말러 〈교향곡 6번〉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2악장과 3악장의 순서를 둘러싼 논쟁은 100년 가깝게 이어졌고, 스케르초-안단테(S-A) 순서와 안단테-스케르초(A-S) 순서로 연주하는 방식이 공존하게 되었다.
- ‘말러 〈교향곡 6번〉, 2·3악장 순서 논쟁과 세 번의 망치‘ 중에서

브루크너로 가면 고민은 더 복잡해진다. 정명훈 감독님이 내게 모든 에디션을 찾아 공부해오라고 한 작품도 브루크너 시리즈였다. 이 미로의 중심에는 특히 중요한 두 인물이 있다. 브루크너의 연구자인 로베르트 하스와 레오폴트 노바크다. 하스는 브루크너가 제자들과 주변의 압박에 못 이겨 본래의 의도를 꺾었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서로 다른 시기의 판본들을 종합해 브루크너가 꿈꿨을 ‘가장 완벽한 형태’를 복원하려 했다. 학술적으로는 ‘오염’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가장 풍성하며, ‘소리의 성당’이라 불리는 브루크너 특유의 건축적 아치구조가 살아 있다는 평가와 함께 여전히 많은 지휘자들이 사랑하는 판본이 하스판이다.
- ‘브루크너와 슈베르트, 악보의 미로’ 중에서

관악기 연주를 생각하면 말러 〈교향곡 5번〉의 시작을 알리는 트럼펫 소리를 빼놓을 수 없다. 이 곡은 1악장 도입부의 트럼펫 솔로가 전체 연주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날, 무대에서 빅 솔로를 멋지게 끝낸 트럼펫 연주자에게 떨리지 않느냐고 조심스럽게 묻자 “이런 무대가 제일 재밌다. 떨리지도 않는다.”라는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연주를 계속하는 한 그 강렬한 긴장감과 평생 함께해야 하기에, 떨림마저 음악의 일부로 받아들인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말에서 연주자로서의 단단한 면모가 느껴졌다. 그래서 관 파트 연주자는 심장이 두 개라는 이야기도 있는가 보다.
- ‘한 명 한 명 모두 솔리스트, 관악기의 세계’ 중에서

출판사 서평

악보의 판본과 저작권부터 오케스트라 현장 실무까지 담은 한국 최초의 책
베토벤, 브루크너, 말러, 쇼스타코비치, 진은숙, SM클래식스 협업까지 저자는 한 권의 악보가 무대에 오르기까지 거쳐야 했던 수많은 선택과 논쟁의 기록을 풀어놓는다. 말러 〈교향곡 6번〉의 2·3악장 순서를 둘러싼 100년에 걸친 논쟁과 세 번째 망치의 비밀, 브루크너의 판본마다 달라지는 클라이맥스, 스트라빈스키 〈불새〉를 둘러싼 복잡한 저작권 문제, 베렌라이터와 칼무스 악보가 갈리는 이유까지. 같은 곡도 어떤 악보로 연주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음악이 된다는 사실을 현장의 구체적인 일화로 재미있게 풀어낸다.
악보에는 음표만 담겨 있지 않다. 어느 판본을 선택하고 어떤 출판사에서 악보를 빌릴지 결정하려면 저작권과 계약 문제를 깊이 파악하하고, 출판사와 저작권 에이전시와 매끄럽게 소통해야 한다. 또한 무대에서 구현할 소리와 단원들의 배치·동선을 파악하려면 화성학과 음악사에 관한 지식도 필요하다. 같은 작품도 어떤 악보를 선택하고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무대 위 음악은 달라진다. 이 책은 한 편의 음악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악보 뒤에서 이루어지는 판단과 조율의 과정을 생생한 현장 사례로 보여준다.

지휘자는 어떻게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설계하는가
지휘자들은 어떻게 바이올린부터 팀파니까지 수많은 악기의 소리를 하나의 질서로 엮어 새로운 소리로 감동을 줄까? 이 책은 지휘자가 악보의 기호와 각 악기의 음색을 어떻게 해석해 자신만의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만들어내는지 정명훈, 오스모 벤스케, 츠베덴 등 세계 정상급 지휘자의 소리 설계 과정과 숨은 비밀을 풀어낸다. 같은 선율도 어떤 보잉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질감과 호흡이 달라지고, 셈여림과 템포, 아티큘레이션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음악의 긴장과 흐름도 달라진다. 지휘자는 각 악기군의 음색과 역할을 조율하고, 어느 소리를 앞에 세우고 어느 소리를 뒤로 물릴지 결정해 수십 명의 연주자가 내는 소리를 하나의 방향으로 모은다. 악보에 적힌 정보를 바탕으로 균형과 대비, 속도와 호흡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같은 작품이 지휘자마다 다른 음악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담았다.

보이지 않게 일할수록 빛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저자는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먼저 출근해 가장 나중에 퇴근하는 사람, 문제가 생겼을 때만 존재가 드러나는 ‘인비저블’ 직업인 악보위원의 일을 보여준다. 전 세계 악보위원들이 국경을 넘어 서로의 악보를 빌려주고 돕는 과정, 뉴욕 카네기홀 투어를 준비하던 분주한 손길, 도이치 그라모폰 녹음 현장에서 작곡가 진은숙과 나눈 대화, 말러 〈교향곡 5번〉 녹음의 뒷이야기까지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이 책은 한 직업에 관한 기록인 동시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케스트라의 완성도를 쌓아온 사람들을 무대 앞으로 불러내는 헌사다. 이들의 치밀한 노력과 준비가 있었기에 지휘자는 음악에 집중하고, 연주자는 안심하고 악보를 펼치며, 오케스트라는 하나의 소리로 움직일 수 있었다.
《악보가 말하지 않는 것들》은 우리가 클래식을 듣고 이해하는 방식을 한 차원 끌어올려줄 것이다. 이 책은 음악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무엇을 선택하고 수정하며 조율해야 하는지를 악보위원의 생생한 경험을 통해 보여준다. 클래식을 깊이 있게 듣고 싶은 사람에게는 음악을 바라보는 입체적인 관점을, 음악을 공부하거나 연주하는 사람에게는 악보와 공연 현장을 연결하는 새로운 가교를 제공할 것이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ISBN 9791189797287
쪽수 320쪽
크기
150 * 220 mm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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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무대 뒤, 오케스트라 악보를 둘러싼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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