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상반기 교보문고 종합베스트셀러

이벤트 종료

말 그대로 언제든지 편리함을 누릴 수 있는 이곳. 하지만 동네에선 불편한 편의점이라 불린다. 다른 곳에 비해 부족한 상품과 이벤트 그리고...

곰처럼 큰 덩치에 덥수룩한 머리와 수염. 꾀죄죄한 차림새와 코를 훅 찌르는 퀴퀴한 냄새. 그렇다. 서울역 노숙자 아니, 우리 직원 때문이다.

서울역에서 지갑을 찾아준 계기로 인연이 시작됐다. 탐낼 법도 한데 손 한번 안 대고 노숙자 패거리들에게서 온몸으로 지갑을 지켰다. 고마운 마음에 매일 편의점 도시락을 주기로 했다.

이름이 뭐예요? 모..몰라요.. 그냥 독고라고 해요. 처음엔 호의였고 연민이었다. 하지만 어눌한 말투와 자기 이름도 모르는 그에게 새 삶을 주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불현듯 좋은 생각이 났다. 편의점 도시락이 아닌 편의점을 맡겨 보는 건 어떨까? 불편한 편의점과 독고 씨가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해졌다. 이제 노숙도 술도 끊고 우리 가게에서 새출발해요. 나도 나를 모르는데... 믿을 수 있어요?

서울역 시절, 온종일 고통으로 점철된 한 가지 생각에만 빠져 있었다. 그 고통은 커다란 추가 되어 거대한 심연으로 끌어당겼고 나는 어떻게든 술로 씻어 보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기억은 휘발됐다. 이제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염 여사를 만난 건 그 즈음이었다.

지갑을 찾아줬다는 이유로 산해진미 도시락이 가득한 편의점을 맡겼다. 처음엔 말도 더듬고 행동도 굼떳다. 하지만 손님을 응대하며 점차 나아졌다.

그때부터 였을까? 편의점에서 사람들을 마주할 때마다 심연 속에 파묻힌 불편한 기억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이 시간이면 어김없이 야외 테이블엔 참치김밥, 참깨라면, 참이슬 한 상이 차려진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쓸쓸히 혼술하는 남자가 있다.

소주로 고독을 취하는 그를 말리고 싶었따. 처음엔 삐딱한 시선으로 나를 밀어냈지만 하소연할 데가 없는지 천천히 마음을 열었다.

그리고 내게 지갑을 보여줬다. 지갑 안에는 똑 닮은 여자아이 두 명이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런데 사진 속 두 아이, 어딘가 낯이 익었다. 1+1 행사인 초콜릿만 사던 아이들이다. 하지만 요즘은 초콜릿 앞을 한창 서성이다 1+1 초코 우유만 산다.

경만씨가 가족으로부터 느끼는 소외감을 도통 이해할 수 없었따. 그들은 경만 씨를 가장 아꼈으니까...

남편과 아빠를 먼저 생각하는 그들을 떠올리니 갑자기 머리가 새하얘지고 가슴 한가운데가 저릿했다.

이른 아침, 어느 모녀가 함께 편의점에 들어왔다. 순간 공기부터 묘하게 달라졌다.

그런데 모녀가 계산대로 다가오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겨우 계산을 마치고 나서야 편의점을 나서는 모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게 아내와 딸이 있다는 것을!

최고의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K-힐링소설의 대표작. 불편한 편의점.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가온 조금 특별한 편의점 이야기. 정체불명의 알바로부터 시작된 웃음과 감동의 나비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