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 X 교보문고 여성서사 책 창고 #8월
여성서사 책창고
플랫이 읽은 8월의 책창고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
편혜영 외 4인 | 창비
#여성서사 #여성소설 #앤솔러지
한국 문학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여성 작가들, 편혜영·최진영·정한아·정보라·예소연이 ‘미친 여자’를 주제로 쓴 앤솔러지 소설집. “여성의 고통은 구조와 체계의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되기보다 그냥 ‘히스테리’를 부리고 ‘유난’을 떤다는 등 개인을 비난하는 데서 그쳐버리기 쉽다”는 정보라 작가의 말처럼 2026년에도 세상은 여전히 여자를 미치게 만든다. 여성 대상 폭력과 살해가 끊이지 않고, 직장에서는 성차별을 겪으며, 가정 내 돌봄은 여성의 당연한 책임으로 요구된다. 억압에 맞서 자신만의 길을 갈 땐 ‘예민하다’는 비난에 시달려야 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미친 여자들은 단순히 비상식적인 인물이라기보단 공동체로부터 배제된 이들에 가깝다. 다섯 작가는 ‘여자를 미치게 만드는’ 순간들을 소설이라는 장치를 통해 들여다본다.
감정 채굴
에바 일루즈 | 돌베개
#감정사회학 #자본주의 #미래강연
기술자본주의 아래에서 감정은 새로운 수익 창출의 원료가 되었다. 감정사회학의 권위자 에바 일루즈는 인플루언서들의 셀프 마케팅, 감정 관리 애플리케이션, 블랙 미러 등의 예시를 활용해 감정이 기술로부터 어떻게 만들어지고 기술을 통해 감정이 어떻게 소비되고 생산되는지 밝혀 나간다. 저자는 온라인 기술을 통한 감정 표현과 교류 현상이 더 심해진다면 ’경험의 상실’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나와 다른 형태로 살아가는 타인을 마주하거나 새로운 상호 작용으로의 진입을 뜻하는 ‘경험’은 쇠퇴하고 있고 점점 자기 자신의 자아와만 상호 작용하고 있다는 것. 매 순간을 기록하고 모든 경험을 콘텐츠화하는 시대, 우리에게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볼 수 있다.
아무도 나를 몰랐지만
전수경 | 아를
#여성노동 #청년여성 #인터뷰
‘쉬었음 청년’ ‘MZ세대’라는 프레임과는 다르게, 청년 여성들은 계속해서 일을 해왔다. 말 잘 듣는 어린 여성을 언제든 고용할 수 있는 일터에서 그들은 알바, 인턴, 기간제, 막내, ‘걔’로 불렸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동력을 발휘하지만 아무도 그들을 주목하지 않는다. 저자는 ‘MZ세대’나 ‘이대녀’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진 청년 여성 노동자 20명을 만나 그들의 현실적인 노동 이야기를 기록했다. 이름을 잃은 청년 여성들은 분투하며 견뎌왔고 가난과 질병, 가부장제는 이들을 더 외롭게 만들었다. 책은 인터뷰뿐만 아니라 노동을 주제로 한 청년 여성들의 대담도 담았다. 성희롱과 성폭력, 출산 같은 ‘여성 노동의 문제’로 지적돼온 이슈뿐 아니라 임금격차와 같은 계급적 문제까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이들은 말한다.
징산제
다나카 조코 | 고블
#디스토피아 #남성중심사회 #젠더이분법
2087년, 젊은 여성에게만 치명적인 악성 전염병이 확산하며 가임기 여성 대다수가 사망하고 일본은 소멸 위기에 놓인다. 2090년 한 연구소는 획기적인 성전환 기술을 개발한다. 국가는 출생률을 높이겠다는 명목으로 ‘징산제’를 실시한다. 일본 국적을 가진 만 18세 이상 31세 미만 남자는 최대 24개월간 ‘여자’가 되어야 한다. 출산이 의무는 아니지만, 아이를 낳는 즉시 징산은 종료된다. 그 이후에도 여자로 살 것인지, 남자로 돌아갈 것인지는 본인의 선택에 맡긴다. 어느 날 갑자기 남자가 미소녀로 변신하는 익숙한 판타지를 넘어, 소설은 ‘아름다워야 한다거나 출산을 해야 한다는 등 여성에게 당연한 듯 해온 요구를 남성에게 강요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다섯 인물들은 어느 순간 ‘남성다움’을 내려놓고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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